약소국에 매우 위험한 패권경쟁기
외교 잘못되면 국권 상실할 수도
국익에 충실한 이성적 판단 절실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미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5월20일(현지 시간) ‘한국: 배경 및 대미 관계’라는 제하의 보고서에서 북한 문제에 수년간 긴밀히 협조해 온 양국이 트럼프-문재인 행정부 아래서 정책 불일치가 커졌다며 ‘한·미 양국의 대북 정책 협력에 대한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그리고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근거한 자동차관세 부과,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 등에도 양국 정부 간 이견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 간 한·미 관계에 문제가 전혀 없고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협력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문재인 정부의 해명이 무색해진다. 한국 정부의 대미 외교에 각별한 주의가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국력이 한국의 몇 배에 달하는 일본의 대미 외교가 커다란 대조를 이룬다.

지금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패권전쟁에 버금가는 극도의 갈등이 연이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통신업체 화웨이(華爲)를 금지시킨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결정으로 극에 달한 미·중 무역갈등은 양국 간의 관세전쟁으로 비화되면서 세계경제를 주저앉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기술탈취는 물론 금융과 환율 분야까지 제도적으로 개선할 것을 중국에게 요구하고 있다.

사실 이렇게 갈등이 본격화된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소위 ‘중국몽’(中國夢)에서 기인한다. 소위 ‘소강사회’(小康社會)를 넘어서서 ‘중국제조 2025’(Made-in-China 2025)를 통한 기술굴기(技術崛起)를 달성하여 4차산업시대의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2030년에 경제적으로, 그리고 2050년에 군사적으로 미국을 넘어서서 세계 제일의 초강대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목표가 그것이다. 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은 있지만 미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저지하겠다는 것이 작금의 미·중 갈등의 본질이다.

뿐만 아니라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은 자칫 무력충돌로 비화될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가 ‘중국의 내해’라는 입장에서 1947년에 제기한 소위 ‘9단선’이라는 것을 1953년에 확정하고 최근 이 지역에서 중국의 주권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주변국들과의 무력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9단선 안에는 남사군도, 서사군도, 스카브로 보초 등등 관계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섬들이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중국의 주장이 2016년 7월12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에서 ‘국제법적으로 근거가 없으며 무효’라는 결정이 났음에도 중국은 자국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미국은 ‘공해의 자유’와 ‘자유항행의 원칙’을 주장하면서 소위 ‘자유항행작전’이라는 해군군함에 의한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물론 베트남 등 주변국들도 미 해군군함을 자국 항구에 기항토록 하는 등 중국의 강압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한국에게 선택이 강요되는 상황이 점점 도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영국, 호주, 일본 등 동맹국들에게 국가안보를 이유로 ‘화웨이’를 금지해 달라고 한 미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한국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남중국해 내해화에 대한 한국의 입장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외교는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철저하게 국익에 충실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어설픈 이념과 관제민족주의를 가지고 냉혹한 국제관계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는 어리석은 판단을 하는 지도자가, 특히 패권 경쟁기에는,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패권경쟁기 또는 세력전이기는 불확실성이 커서 약소국에게는 매우 위험한 시기이다. 경제를 망치면, 상당히 불편하지만, 그래도 견디면 된다. 하지만 외교가 잘못되면 국권을 상실할 수도 있고, 동족상잔의 비극도 당할 수 있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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