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주장만 내세우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도 경청하는 게
사회적 갈등 해결의 첫 단추

▲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지난주 울산 동구는 일촉즉발의 위기감에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위기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법인 분할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노조는 법인분할이 되면 구조조정과 근로관계 악화 등 많은 우려 등으로 반대 입장을 표출하였다. 주주총회 장소의 갑작스런 변경으로 예정됐던 곳에서 다행히 큰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향후 이 문제는 법리적 다툼과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2018년 발행된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갈등지수와 갈등비용 추정’을 담은 간행물에 따르면 한국사회는 집단 간 갈등수준이 서구사회에 비해 다층적, 복합적, 동시다발적 특징을 보인다. 또 갈등이 만연하고 한 번 생긴 갈등은 잘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는 특징을 보인다. 듣기 거북하지만 ‘갈등공화국’이라는 신조어가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말이 되고, 골 깊은 갈등들은 결국 국가발전의 저해요소가 되어 국민행복으로 가는 길도 더욱 요원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권력을 쟁취해 왔던 정치세력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입버릇처럼 사회통합과 상생을 외쳐 왔지만 오히려 정치권력 스스로가 더 갈등을 부추기거나 확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더욱 세분화 추세다. 계층, 지역, 세대, 이념 갈등에 이어 성별 갈등까지 더해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물론 민주 사회에서 갈등의 존재는 당연하고 갈등이 없는 사회보다는 갈등 있는 사회가 훨씬 건강한 사회다. 다만 일어난 갈등을 어떻게 원만하게 다루느냐가 그 사회의 선진화 지표가 된다.

갈등 해결에 있어 그 역할과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의문에 따라 ‘정치(政治)’의 사전적 의미를 검색해 보았다.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나 이해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라고 명확하게 정의하였다. 그런데 일상에서 보여 지는 정치인과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인식은 사전적 정의와 사뭇 다르게 보인다.

정치는 사회구성원 사이에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을 때 가장 근접한 합의점을 찾아 내 주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다. 따라서 국민갈등 해결의 책임은 정치에 있다. 제대로 작동되는 정치에는 양보, 배려, 타협, 공생을 중요시 여긴다. 반면 잘 작동되지 못하는 정치는 자신들만이 옳다고 주구장청 ‘정의’만 외칠 뿐이다. 정치는 진리추구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진리추구는 철학이나 과학의 영역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정치는 선(善)과 악(惡을)가려내는 판결의 장이 아니라 이런 생각과 저런 생각이 함께 통용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타협과정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완벽하게 모두가 만족할 대안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정치의 성과물인 정책이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무릇 정치란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내어줘야 하는 법입니다” 영화 ‘광해’의 한 대사처럼 나에게 유리한 정책을 얻었으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유리한 정책도 있기 마련이다. 정치를 정의실현이나, 진리추구 과정으로 오인하는 순간 나와 의견이 다르거나 나에게 이익 없는 정책은 악이 되어버릴 수 있음만 알아도 갈등은 줄어들 여지가 있다.

지난 몇 년간 글로벌 경기침체와 조선업 경쟁과열 등의 이유로 현대중공업과 울산 동구의 경제는 대단한 위기를 맞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사회복지시설을 지원해 주던 사회공헌사업도 현저하게 줄어든 건 사회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체감하는 사실이다. 이렇듯 기업이 잘돼야 근로자도 잘살고 경제도 좋아진다. 나아가 울산시민 모두가 행복해진다.

갈등의 골이 깊을수록 자신의 주장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상대방 입장을 진심 어리게 들어주는 경청이 갈등해결의 시발점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어느 대통령의 유지(遺志)인 대화, 타협, 관용, 통합이 지금 울산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 당사자들 마음속에 스며들기 바란다.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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