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주 사회부기자

지역사회의 격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 임시주주총회에서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모기업)과 현대중공업(자회사)을 물적분할하는 안건이 의결됐다. 한국조선해양의 본사소재지 역시 울산이 아닌 서울에 두는 것으로 확정됐다.

회사측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물적분할이 필요하고 효율적 경영을 위해선 한국조선해양의 본사가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에 맞서 물적분할 자체를 반대했던 민주노총과 현대중공업 노조는 물론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울산존치를 요구한 지역사회의 간절한 바람은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 조선업의 미래와 한국경제를 위해 이번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이런 ‘대의명분’에도 앞만보고 달려가다보면 (울산에)남은 이들의 상처를 보지 못할 수 있다.

기자는 지난해 여름 동구에 처음 출입하기 시작했을 때의 분위기를 잊지 못한다. 동구는 끊임없이 신음하는 도시였다. 장기화되는 조선업 불황에 3만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동구를 떠났다. 골목 상가마다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었고, 동구가 야심차게 조성했던 외국인거리는 폐허의 거리로 변했다. 세수의 대폭 감소로 동구청 직원들 월급을 걱정해야 할 처지까지 갔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다시 좋아질 날이 올거다” “조선업이 회복중이니까 1~2년 안에는 다시 살맛나는 동네가 될것”이라는 말을 세뇌하듯 되풀이했다. 기자가 동구에 와서 “살기가 힘들다”는 말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들었던 말들이다. 동구와 동구민들은 그 말을, 그 믿음을 동아줄 삼아 버텨왔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된 직후 동구의 분위기는 다시 기자가 처음 동구에 왔던 그 시절로 돌아갔다. 그 때보다 더 침통한것 같다. 일부 주민들은 “이제 다 끝났다” “지역이 더 힘들어질거다”라면서 좌절하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은 “물적분할로 인한 불이익은 절대 없을 것이며 단체협약 승계와 고용안정 약속도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믿는 동구민들은 많지 않는 듯하다. 이유여하를 떠나 지역에 대한 이해와 설득이 부족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이 완성되기까지는 아직 큰 산이 여럿 남았다. 그러나 앞만 보고 간다고 오늘날 세계 1위 조선소 현대중공업을 가능하게 했던 울산과 동구를 잊어선 안된다. 주민들 사이에서 “역시 속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현대중공업이 약속을 지키고 또 지켜서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김현주 사회부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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