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과학자들은 인간유전자 정보가 파악되면 생명활동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러나 민망스럽게도 인간게놈프로젝트(1990~2003)가 완성된 이후 이를 통해 깨닫게 된 사실은 인간이 지닌 유전자가 생명현상을 구성하는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 몸에는 자연적으로 수많은 미생물이 서식한다. 특히 대장에는 약 1000종류의 다양한 미생물이 인체와 복잡한 상호관계를 이루며 공생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 몸의 세포(약 100조)보다도 많고, 이들의 유전자를 전부 합치면 인간 유전자의 무려 100배다. 그래서 ‘인간의 차이는 각자의 몸에 지닌 미생물의 차이’라는 것이 인간게놈프로젝트 이후 진행된 후속 연구들(Human microbiome project 2008~2012)의 주장이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두 인간의 유전자는 99.9%가 일치하지만, 공생하는 미생물은 단지 10%만 일치하기 때문이다.

인체 미생물은 인간보다 100배나 많은 유전자를 가지고 인간 유전자가 만들 수 없는 것을 만들어 공급하면서 항상성 조절에 기여한다(Nature 2012). 장내 특정 세균의 감소 혹은 소실이 난치성 대장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Nature 2015), 이들의 변화가 비만을 유발하고(Science 2013), 심지어 자폐증과 같은 정신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Science 2016). 그래서 이들 질환에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장내로 살포한다(대변이식). 유익한 세균을 장에 주입해 병을 치료한다는 개념인데 이는 사람 똥의 절반은 세균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난치성 장염환자의 대장에 살포하여 거의 100%에 가까운 완치를 보인 연구 결과는 이미 오래 전에도 있었다(NEJM 2013). ‘똥’이 약이었던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엄마의 세균에 노출되며 그 세균으로부터 보호받는다. 우리는 세균으로 우글거리는 존재이고 이들의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화학물질은 우리 몸의 대사기능은 물론, 감정까지 조절한다. 똥이 약이라니 섬뜩하고 놀랍지만 과학은 거리낌이 없다. 질병은 늘 우리 몸을 통과하고 있지만 똥은 우리를 지켜낸다. 똥과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좋은 습관이 좋은 ‘똥’을 만든다.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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