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방화로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울산지역 고층아파트가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고층아파트 화재는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도 시민들의 안이한 인식과 건축회사들의 비용줄이기 등에 밀려 안전대책은 늘 뒷전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화재진화의 가장 큰 장애물은 소방차 진입을 막는 주차차량이다. 2일 화재에서도 소방차들이 2~3중으로 막고있는 주차차량들 때문에 화염의 확산을 신속하게 막지 못했으며 신고접수 10여분만에 소방차 5대가 겨우 진화작업에 나설 수 있었다.

 이같은 소방로 미확보는 울산지역 고층아파트 대부분이 비슷하다. 남구 무거동 일대 아파트는 오후 10시만 되면 아예 통로에 주차하도록 하고 있으며 중구 태화동의 H아파트는 오후 9시만 되면 통로가 꽉 찬다.

 이웃집으로 긴급히 피난할 수 있도록 마련된 베란다 경량칸막이도 거의 무용지물이다. 석고보드 등으로 만들어져 발로 차기만 해도 부서지도록 돼 있지만 창고로 사용하거나 세탁기나 단지 등으로 차단돼 비상시에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량칸막이는 인식부족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대부분의 입주민들은 피난구가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을 정도로 홍보가 제대로 안돼 있다. 이번 화재가 난 아파트도 경량칸막이가 설치돼 있었으나 당황한 나머지 14층에서 뛰어내려 1명이 목숨을 잃었다.

 3~10층 사이에 설치하도록 돼 있는 완강기는 비상시 생명줄이나 다름없지만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로 대부분 가정들이 철거한데다 시공사들이 경량칸막이를 설치하면 완강기를 병행하지 않아도 되는 법규의 맹점을 이용해 외면하는 바람에 설치된 가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옥상문 폐쇄도 고층아파트 화재 피해를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화염과 연기가 치솟을 경우 대피할수 있는 유일한 곳이지만 추락사고 등을 우려한 나머지 아파트마다 자물쇠를 채워 놓고 있다.

 아파트 관리실에 의무적으로 갖춰야하는 공기안전매트의 미비와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노인 경비원들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민들의 화재에 대한 경각심 부족도 심각한 수준이다.

 조희원 남부소방서 방호과 소방장은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완강기를 철거하고 경량칸막이를 창고로 사용하면서도 전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화재가 발생하면 당황한 나머지 이성적 판단이 흐려지기 때문에 평상시 소화전으로 계단이라도 청소해 사용법을 익혀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아래·위층으로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뛰어내리기 보다는 방문을 닫고 수건 등으로 연기의 침투를 막으면서 물에 적셔 몸을 보호하면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