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주기 행사에 이 열사 모친·우상호 의원·모교 후배 등 참석

▲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한열동산에서 열린 제32회 이한열 열사 추모식에서 참석자가 추모비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987년 6월 9일 군사정권에 항거하는 시위 도중 경찰 최루탄에 맞아 쓰러져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된 연세대생 고(故) 이한열 열사의 공식 추모식이 7일 모교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연세대 이한열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이날 오후 3시께 연세대 이한열동산에서 이한열 32주기 추모식을 처음으로 공식 개최했다. 연세대는 지난해 사단법인 이한열기념사업회와 추모제를 공동개최한 바 있지만, 학교 정식 행사로 추모식을 개최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오전에 서울에 내리던 비가 오후 들어 그치더니 추모식 때는 구름 사이로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는 “비가 오면 (행사가) 우중충해진다. 아침에는 비가 올까 걱정했는데 (그쳐서) 감사하다”며 “학교가 이제 추모제를 정식 개최하니까 (추모행사 학내 개최와 관련해) 앞으로 학교 눈치 안 봐도 되겠다”고 말했다.

배 여사는 “많은 분이 민주화에 기여를 했는데 역사에 기록이 안된 것 같다”면서 “정부와 대통령이 나서서 (이분들의 기여가) 민주화 과정이었다고 이야기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추모사에서 “지난 31년간 추모제로 진행된 행사를 연세대가 주관하는 추모식으로 치르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이 열사는 청년들에게 자랑스러운 선배이자 영원히 변하지 않을 나침반이 돼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민주화 정신이 연세대를 넘어, 우리 사회에서 소중한 정신적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 곳곳에 전파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학생 대표로 추모식에 참석한 상경경영대 부학생회장인 권순창 이한열 열사 추모 기획단장은 “선배 덕분에 저희는 용기를 갖고 더욱 뜨겁게 타오를 수 있다”며 “이 열사는 연세인, 대한민국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추모사가 끝난 뒤 배 여사 등 참석자들은 이 열사 영정에 국화를 헌화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시위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이 열사의 피격 장면을 촬영한 당시 로이터 사진기자 정태원씨, 학교 관계자, 학생 등 17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오후 7시에는 이 열사를 추모하는 문화제인 ‘추모의 밤’도 열린다. 문화제에는 이 열사를 기리기 위한 다양한 음악, 합창단 공연 등이 이뤄진다.

앞서 연세대는 캠퍼스에서 6월항쟁을 다룬 영화 ‘1987’ 상영회와 당시 사진을 전시한 사진전도 열었다.

이 열사는 1987년 6월 10일 군사정권에 항거하는 대규모 집회를 하루 앞두고 연세대 앞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이를 지켜본 시민이 분노하면서 민주항쟁이 전국민적 민주화운동으로 번지는 계기가 됐다. 이 열사는 쓰러진 직후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같은 해 7월 5일 숨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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