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불평등 심화 전세계적 추세
빈부 격차로 인한 위험성도 고조
사회 구성원 함께 풀어야할 숙제

▲ 김도하 내과의원장

영화 기생충을 보았다. 원래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 것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단지 빈부격차라는 정말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예술적으로 풍자하고 접근하는지 많이 궁금했었다.

부의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고민도 거의 모든 국가에서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997년 IMF를 겪으면서 빈부격차가 심화되었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경우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그 해결책으로 양적완화 조치를 하면서 돈을 마구 시장에 공급했다. 풀린 돈은 결국 자본을 소유한 부자들에게 돌아가고 차이는 더욱 커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현상은 세계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도 급진적인 사회주의가 인기를 끌고, 프랑스에서는 노란조끼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혼란을 틈타 극우당과 극좌당이 정권을 잡기도 한다. 커진 빈부격차는 사회를 심한 혼란과 폭력에 노출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이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기생충의 줄거리는 전원 백수로 살길이 막막한 기택(송강호 분) 가족 4명이 박사장(이선균 분) 집에서 모두 위장취업을 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중반 이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휘말리면서 비극적인 살인사건으로까지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구조는 크게는 두 가정에 얽힌 갈등 구조로, 간단해 보였지만 영화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필자는 심한 갑갑함과 압박감을 느꼈다. 상영 중간에 영화관을 나가고 싶다는 충동도 느꼈고, 영화가 끝났을 때는 영화관을 벗어나서 빨리 바깥 공기를 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본 사람들이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말도 있다. 벌써 SNS와 인터넷 포털에 후기나 해석이 쏟아지지만, 필자는 이 영화를 빈부격차로 인해 우리 사회에 내재 된 위험성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하고, 영화가 제시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험의 특징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첫째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란 것이다. 영화 속에서 부자를 대표하는 박사장은 갑질을 하거나 돈질은 하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고, 자기 나름 가정에도 충실하려는 세련된 부자이다. 그리고 기택을 포함한 반지하의 네 가족도 부자를 미워하거나 증오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부자는 구김이 없다”는 식으로 칭찬을 하기도 하고 동경을 하기도 하는 대상이다. 그렇지만 어떤 갈등의 혼돈 속에서 기택이 박사장을 살인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예의를 갖추고 나름 열심히 사는 사람들도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보여준다.

둘째는 위험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집 안의 지하실에서 자라고 있었다는 것이다. 멋진 단독 주택은 대문과 여러 개의 CCTV로 보안을 해놓았지만 정작 위험은 집안 깊숙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하에서 자라고 있었다. 즉 위험이 내부에 있으니 예방책을 세우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셋째 이런 위험은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사건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택은 살인 후 다시 지하에 숨어 들어감으로써 위험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란 것을 암시하고 있다.

영화는 빈부격차로 인한 위험성을 증폭해 예술적으로 표현할 뿐 해결책은 전혀 제시하지 않는다. 문제만 던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영화가 문제의 해결 방안을 함께 내놓을 책임도 없고, 또 반드시 그럴 필요도 없다. 더구나 역사의 시작과 함께 늘 있어 왔고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이런 모순을 어쩌란 말인가? 영화를 보는 중에 느낀 필자의 갑갑함과 압박감은 어쩌면 이와 같은 생각에서 연유했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갈등의 해결은 사회학, 경제학 그리고 정치적 영역일 것이고, 영화를 보는 관람객들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영화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술적 우수성 외에도 빈부격차가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공통된 문제라는 공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만큼 현실과 밀착돼 있고, 심각하고 절실한 과제인 셈이다.

우리 사회의 내부에 위험성이 존재해 있다면 그 해결책도 내부에서 나와야 할 것이다. 방법론은 다르겠지만 좌파와 우파가 따로 있을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숙제이다. 김도하 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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