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기 울산시 태화강정원사업단장

울산의 젖줄이자 120만 시민의 자랑 태화강이 또 한번 원대한 도전에 나섰다. 울산시가 지난 5월17일 산림청에 국가정원 지정 신청서를 제출, 조만간 순천만에 이어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여부가 판가름 날 예정이다. ‘국가정원’이라는 영광스런 타이틀을 제쳐두더라도 태화강은 지난 십수년 간 울산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이자 울산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계절의 여왕 5월을 맞아 완연한 봄기운 속에 태화강대공원 일원에서 펼쳐졌던 봄꽃대향연 기간에는 4일만에 3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아 명실상부 울산의 대표 관광자원임을 실감케 했다. 태화강은 푸른 하늘과 도심의 마천루, 그리고 유유자적 흐르는 강물을 따라 펼쳐진 싱그러운 녹음과 형형색색의 꽃들이 조화를 이뤄낸 풍경을 자랑하며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최근 몇몇 시민들의 무질서한 행태가 이어지면서 태화강의 아름다움을 반감시키고 울산의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을까 걱정이다.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태화강 지방정원 일원에는 ‘텐트 피크닉’이 인기를 끌면서 텐트족이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태화강 지방정원의 특성상 그늘공간 부족으로 시민편의를 제공하고자 그늘막이나 텐트 설치를 허용하고 있지만 자칫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텐트가 시민들의 보행로까지 점령하는 것도 모자라 낮부터 텐트 안에서 음주 및 고성, 도박행위로 반감을 유발시키고, 텐트 주변으로 각종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거나 일부에서는 밤늦게까지 텐트를 설치해 둔 채 낯 뜨거운 애정행각까지 벌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방문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미 태화강과 유사한 사례를 겪고 있는 서울 한강공원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텐트의 2개면 이상을 반드시 개방할 것과 오후 7시 이후 텐트 철거, 규격봉투 실명제 등 개선책을 마련해 시행중이다.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가능 한 공원에 텐트 하나 치는 게 대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일상의 경범죄를 제때 처벌하지 않으면 결국 강력 범죄로 발전할 수 있음이 이미 실험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미국 범죄학자 조지 켈링과 정치학자 제임스 윌슨이 최초로 이름 지은 ‘깨진 유리창 이론’은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를 거리에 방치하면 배터리나 타이어를 훔쳐가고 심지어 자동차를 마구 파괴하며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점차 확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적극적으로 적용한 이가 1994년 뉴욕시장이던 루돌프 줄리아니였는데 그는 당시 범죄의 온상이었던 지하철 벽면에 그려진 낙서를 수년에 걸쳐 지우도록 했다. 낙서를 지운지 90일 만에 범죄율이 감소하기 시작해 1년 후 30~40%, 2년 뒤 50%, 그리고 3년 뒤 범죄가 80%까지 줄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뉴욕시는 당시 낙서를 지우는 것과 동시에 신호위반과 쓰레기 투기 등의 경범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며 ‘무관용 원칙’을 고수, 그 결과 강력범죄를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 물론 성숙한 시민의식에 기대어 행정의 적극적 개입이나 통제 없이 자발적으로 질서가 유지되는 상태가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다수에게 그 피해가 미치고 종국에는 그 도시의 이미지 훼손으로까지 영향을 초래한다면 이를 통제하고 관리·감독할 제도적 장치마련도 고려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는 보장된 자유를 누리되 그에 따른 기본적 책임이 따르며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사회질서의 준수다. ‘나 하나쯤이야 어때’라는 구시대적 사고에서 벗어나 ‘나 하나니까 안돼’라는 인식의 변화가 시급하다.

이제 곧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정원으로서 품격을 더할 공간이기에 태화강은 ‘너’와 ‘내’가 아닌 ‘우리 모두’의 쉼터가 되어야 한다. 죽음의 강에 생명을 불어넣은 저력을 가진 울산시민이 아닌가. 태화강은 우리 시민 모두의 재산이기에 더욱 아끼고 지켜 나가야 한다. 김석기 울산시 태화강정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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