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관료·부유층 집 주로 털어…“훔친 돈 일부 가난한 이들 위해 사용”
한때 선교활동·보안업체 자문위원 새 삶 살다 ‘잡범’ 전락

부유층과 권력층을 상대로 전대미문의 절도 행각을 벌여 ‘대도’(大盜)라는 별칭을 얻은 조세형(81) 씨가 푼돈을 훔치다 또다시 덜미를 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조 씨를 특수절도 혐의로 검거해 9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조 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께 서울 광진구 한 다세대 주택 1층 방범창을 뜯고 침입해 현금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추적한 끝에 지난 7일 조 씨를 검거했다.

조 씨가 훔친 금액은 몇만원에 불과하지만 경찰은 조 씨의 범행이 상습적이어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도 조 씨가 한 것으로 추정되는 절도 사건이 있어 수사하고 있다”며 “조씨가 훔친 금액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씨는 1970∼1980년대 사회 고위층의 집을 자주 털어 ‘대도’라는 별명을 얻은 상습 절도범이다.

태어난 직후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는 행방불명 돼 7살이 될 때까지 형의 등에 업혀 구걸한 젖을 먹고 자라다 6·25 전쟁이 터지며 고아가 됐다.

형과 함께 전주로 피란 갔다가 형과 헤어진 후 전국의 보육원을 전전했으며 소년기에 이미 각종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을 20차례나 드나들었다.

성년이 된 후 조 씨의 절도 행각은 더 과감해졌다.

조 씨는 드라이버 한 개만 있으면 보통 도둑들은 접근조차 어려웠던 고위 관료와 부유층 안방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하룻밤 사이 수십 캐럿짜리 보석과 거액의 현찰을 훔치며 ‘대도’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의 절도로 상류사회의 사치스러움이 폭로되고 조 씨가 훔친 돈의 일부를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사용한다는 등의 원칙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지며 의적으로 미화되기도 했다.

1982년 구속돼 15년 수감생활을 한 그는 출소한 뒤 선교 활동을 하고 경비보안업체 자문위원으로 위촉되며 새 삶을 사는 듯했다. 옥중 뒷바라지를 하던 여성과 가정도 꾸렸다.

그러나 2001년 일본 도쿄에서 빈집을 털다 붙잡혀 수감생활을 하며 다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후 2005년에는 서울 마포에서 치과의사 집을 털다 경찰이 쏜 공포탄에 놀라 덜미를 잡혔고 2010년에는 장물 알선으로 다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2013년에는 70대의 나이에 노루발못뽑이(속칭 ‘빠루’) 등을 이용해 강남 고급 빌라를 털다 실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출소 5개월 만인 2015년 용산의 고급 빌라에서 재차 남의 물건에 손을 대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출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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