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면주 변호사 - ‘소크라테스의 변명’(플라톤 저, 조우현 역)

▲ 신면주 변호사가 추천책 ‘소크라테스의 변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대학 들어가 친구 몇명이서 철학공부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교과서만 봤으니 공부 다운 공부를 해보자는 거였죠. 그 때 처음으로 읽은 책이 <소크라테스의 변명>이었습니다.”

울산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신면주 변호사의 손에는 정음사의 문고판 <소크라테스의 변명>이 들려 있었다. 초판이 1974년에 나왔고 1978년에 중판(重版)했다. 책값은 350원. 소크라테스가 70세가 되던 해(BC 399년)에 신을 모독하고 젊은 사람들을 타락시킨다는 죄목으로 고발됐을 때 법정에서 스스로 한 변론을 플라톤이 기록한 것으로 전해지는 책이다. 꽤 난해하지만 당시 대학생들에겐 교과서라 할만큼이나 필독서였다.

그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그 사람은 모르면서도 무엇인가를 아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고, 그와 반대로 나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대로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생각한다는, 바로 그 조그만 점에서 그 사람보다는 내가 지혜가 있는 것 같다’는 문장 때문이다.

“수십년이 지나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문장입니다.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 쉽게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을 채워주는 지혜가 아닌가 합니다. 인간관계에서 ‘잘 모른다’거나 ‘내 탓이다’라는 겸손한 생각을 갖고 접근하면 서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겠죠.”

젠더·빈부·세대차이에서 오는 갈등도 바로 자신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서 비롯된다. 때론 진영논리에 따라 아는 것도 모른 척하면서 함부로 상대방을 공격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사회적 정의와 상관없이 내게 좋으면 옳고, 내게 손해되면 곧 부조리인양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사회적 갈등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불행한 사회가 돼가는 것이 안타깝다는 신 변호사는 ‘만약 여러분이 사람을 죽임으로써 여러분의 생활이 옳지 못하다는 책망을 막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은 잘못입니다. 그런 처리는 결코 쉽사리 될 수도 없을뿐더러 훌륭하지도 못합니다. 오히려 가장 훌륭하고 가장 쉬운 길은 남을 억누르기 보다는 될 수 있는 데까지 스스로 선하도록 힘쓰는 일입니다.’라고, 소크라테스가 그에게 ‘사형’을 투표한 사람들에게 한 말에도 밑줄을 그어두었다.

신 변호사는 “소크라테스가 수천년전 사람임에도 이 책이 아직도 유용하다는 것은 과학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것과 달리 인간의 정신세계는 그 때나 지금이나 크게 안 변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의 지혜도 소득 3만달러에 맞게 높아져 스스로 갈등관리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명숙기자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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