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부수효과 더 크면 정책 실패
집행과정에서 관찰 분석 조정하는
정책 수정·보완에 열린 자세 필요

▲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행정학

성공과 실패만큼 주관적인 개념도 없을 것이다. 성공과 실패의 기준에 대한 생각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들도 또 다른 기준으로 보면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거나 주변의 신망이 높은 사람들을 성공했다고 얘기할 수 있으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인생이 참 안 됐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정부가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정책도 사람에 따라서는 오히려 실패했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역시 정책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인 것이며, 누구나 동의하는 하나의 기준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책의 경우는 개인적 신념이나 가치관,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 등에 따라 동일한 결과에 대해 전혀 다른 기준으로 성공과 실패를 판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만큼 정책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고, 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정책은 성공하기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근본적으로 정책은 미래에 발생할 결과를 사전에 예측하여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올리면 소비도 늘어나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예상하고 만들어진 정책이다. 그런데 아무리 통계나 미래 예측기법과 이론이 개발되었다고 해도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이상 누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정책결정 당시에 예상했던 대로 결과나 나올지 안 나올지는 실제 집행을 해봐야 알 수 있다. 이는 인간이 지닌 합리성의 한계(bounded rationality) 때문에 극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측면이다.

정책의 성공을 어렵게 하는 다른 요소는, 대부분의 정책이 의도한 효과만이 아니라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unexpected effects)와 부수효과(side effects)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책결정자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의 달성에 집착하는 나머지 부정적인 부수효과나 파급효과에 대해 무지하거나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임금소득자의 소득이 증가했다는 ‘의도했던 효과’에 주목하고, 부수효과로 나타나는 최하위 소득층의 일자리와 소득감소라는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해 지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책은 의도한 결과 외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정적 부수효과를 발생한다. 만일 아무리 효과적인 정책이라도 부정적 부수효과가 더 크다면 이는 실패한 것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성공여부에 대한 판단에는 시간적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특정 시점에서 보면 실패한 정책도 다른 시기에 보면 성공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에서 건설된 ‘평화의 댐’이 한때는 무용지물로 평가되었으나, 2000년대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보강공사를 할 정도로 지금은 그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이와 같이 정책의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은 매우 주관적이고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미래예측을 토대로 결정되고 집행되는 정책은 숙명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책담당자들은 정책의 수정 및 보완에 대해 열린 자세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집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결과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하여 현실에 맞게 정책을 조정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정책집행의 정석(定石)이다. 어떤 정책도 완벽한 것은 있을 수 없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예측된 대로 결과가 나타나는 정책은 존재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책 추진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부수효과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를 적시에 보완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책담당자들의 올바른 자세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이나 혹은 자존심, 또는 기존 정책관련자들로부터의 지지 등을 의식하여 이를 주저한다면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정녕 정책실패를 원치 않는다면 정책의 수정과 보완을 두려워하지 말기 바란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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