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삼일여고 교사

열심히 노력하다가도 갑자기 게을러지고, 잘 참고 있다가도 다시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도 절망에 빠지는 일을 반복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삶은 아마도 이런 일들의 연속이 아닐까. 끝이 잘 보이지 않는 일을, 어떤 목표를 위해 계속해 나가야 할 때 가끔 우리는 ‘계속할 수 있다는 마음’과 ‘그만두고 싶은 마음’ 사이를 갈팡질팡하곤 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고 3담임을 맡게 되었다. 지난 주 아이들은 6월 수능 모의 평가를 치렀다. 아니나 다를까. 작년의 데자뷰를 보는 듯 아이들은 시험을 치른 후 풀이 많이 죽어 있었다. 6월은 고 3학생들에게는 몸과 마음이 날씨만큼이나 지치고 힘든 날들이다. 나는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또 데쟈뷰처럼 고민을 하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신이 반복적으로 하는 일, 그것이 바로 당신이다. 그러므로 탁월함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라고 말했다. 탁월하게 일하는 사람들, 어쩌면 완벽해 보이는 성공한 사람들이 주는 많은 말들 중에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했을 뿐’이라는 말에 나는 깊이깊이 동감하는 편이다. 어떤 경지에 도달한 사람들의 공통된 태도가 단 하나 있다면, 결국에는 계속했다는 사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해내기 어려운 일일수록 변화는 더디게 일어난다. 어쩌면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이 평생을 계속해도 완전함 혹은 탁월함에 도달하기 어려운 것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할 때, 어쩌면 개인의 한평생을 다 써도 부족한 일에서 성공의 씨앗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 내가 즐겨 들었던 노래 하나가 있다. 그들에게 들려 주고 싶은, 느슨해진 3월의 다짐을 다잡는 노래가 될 것이다.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 더 지치곤 해/ 문을 열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깨면 아무도 없어/ 좁은 욕조 속에 몸을 뉘었을 때/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내게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줬어/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친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아무도 못 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 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패닉의 노래 <달팽이>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외로움을 느끼지만 달팽이의 말을 빌려 희망을 이야기한다. 지친 일상을 마치고 좁은 욕조 속에 몸을 뉘인 이에게도 넓고 거친 꿈이 있었을 것이다. 귀갓길을 너무 길게 하는 하루들이 그 꿈을 점점 흐릿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달팽이는 저 넓고 거친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며 내게 노래한다. 달팽이가 바다를 건넌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앞으로 나갈 것이라고. 우리에게 딱 필요한 노래이다.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을 묵묵히 계속해 나갈 때, 아마도 저 달팽이처럼 넓고 거친 바다를 건너가지 않을까. 김경식 삼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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