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다가 지친 날은 더 힘내자고 벼른다
말 바늘에 찔린 선홍빛도 퇴색되자
웃지 마 하, 튕겨내다 맞대어 깁는 실 눈빛

 

▲ 김정수 시조시인

부부의 인연이란 참 묘하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하나 되어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함께 살자 언약한다.

하지만 이는 꿈 속의 화려한 궁전 같은 말에 불과하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며 살아도 어찌 좋은 일만 있을까. 나팔꽃처럼 삶의 줄을 타고 올라가다 때로는 뒤엉키기도 한다.

말 바늘로 서로를 생전 안 볼 듯 찔러대다 슬며시 무승부로 끝나는 싱거운 일이 셀 수조차 없을만큼 반복된다.

‘맞대어 깊지 않고 튕겨내’면 어쩌란 말인가.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마음의 거울로 나와 너, 우리의 모습을 비춰보면 보일까. 웃는 낯 닮아있는 부부의 얼굴.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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