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도시재생과 공공디자인, 질적성장 추구할 때

▲ 최근 조성된 울산 중구 문화의거리의 공공설치물.

도시재생 본보기 중구 문화의거리
공공디자인 구성원 생활 속 미술문화
지역 정체성 살린 방향성 찾기 필요
지역민에 미칠 영향·경험 고민해야

필자는 중구 문화의 거리에 상주하는 그림 작가다. 10여 년 전, 필자가 오랜 창작 생활 도중 작업 공간을 찾아 헤매다 만난 곳이 ‘문화의 거리’다. 물론 그 당시에는 ‘문화의 거리’라는 이름이 붙기 전이었다. 이 거리를 접하고 가장 놀랐던 것은, 한때 지역 최고의 상권을 자랑하던 번화가인데, 불 밝힌 상점 수가 한 손으로 꼽힐 정도로 침체돼 있던 광경이었다. 그러나 2011년 말, 이 거리에 환상적인 루미나리에가 설치되는 것을 보며 그 오랜 침체가 극복될 수 있다는 강렬한 기운을 느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 후 이 거리에서 목격한 일련의 변화는 다시 생각해도 몽중(夢中)인 듯하다. 음울했던 거리가 환골탈태하는 감격의 순간들을 날마다 경험했다. 어느 날은 뜨거운 시멘트 바닥에 양껏 그늘을 드리우는 아름드리 나무가 심겨졌다. 환상적인 자태를 자랑하는 초대형 크리스마스트리도 보았다. 인적 없던 곳에서 삼삼오오 거리를 메우고 밤이 이슥해도 떠나지 않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도시 재생에 활용된 공공디자인 혁신의 값이 상식과 기대 이상이며 창의성이 파생하는 영향력과 흡인력도 상상 이상이라는 증거였다. 이어서 구시가지가 자발적이고 선도적으로 창조공간을 확보하고 창조 계급의 선두인 상주 예술가를 영입하면서 급속도로 거리의 탈을 바꾸어 나갔다.

그런데 최근 문화의 거리에서 활동하던 이 창조 계급이 줄어들고 있다. 창조적인 도시 경쟁력은 창조 계급의 거주와 활동에 의해 확보되므로 이때는 행정이 나서서 창조 계급의 이주를 막고 안정적인 서식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거리 공공디자인의 방향도 점차 지역의 정체성을 잃고 애매해지고 있어 안타깝다. 도시 재생이 획일적인 재개발이 아니라 지역의 특성을 살린 ‘재생’이라는 차원에서, 도시 재생에 필수인 공공디자인은 지역사회 구성원의 생활 속 미술문화라는 점이 재인식 되어야 한다.

울산 중구 문화의 거리에 도시 재생 사업이 시작되었을 무렵, 전국적인 도시 재생의 현주소는 거리 벽화 일색으로 매우 획일적이고 초라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문화의 거리’에서는 도시 재생 사업이 ‘벽화마을 만들기’ 수준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데 대해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

▲ 오나경 서양화가·융합인재교육컨설턴터

울산 중구는 문화의 거리를 통해 지난 수년간 짧은 시간에 다양성과 개방성, 일상의 문화로 인프라를 상당히 구축했다. 이 같은 흐름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도시는 생물과 같아서 싱싱하게 키워나가야 하는 대상이다. 이미 조성된 설치물은 혹시 있을 불편을 개선하고, 활용할 것은 더 잘 가꾸어야 한다. 최근 조성된 거리 조형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하다. 오가는 이들과 문화의 거리에 상주하는 상인들이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주민과 상권의 동의 없이 이 거리에 조화롭지 않은 낯선 것을 임의로 투척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공간에 민망한 조형물을 넣느니, 차라리 나무 한 그루 심는 게 시민들에게는 더 유익하다” 한 공공미술자문단장의 자조적인 말이 아니더라도, 지역 행정이 맥락 없는 조형물로 몸체만 키우는 일 보다는 지역민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이득을 줄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오나경 서양화가·융합인재교육컨설턴터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