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주인공은 가수가 아닌 시민

그 지역만의 특화된 콘텐츠 개발

다양한 체험·경험거리 제공해야

▲ 홍종오 영화감독 한국영화인총연합회울산지회장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호이징가(Huizinga,Johan)는 <호모 루덴스>라는 책에서 ‘인간의 유희적 본성이 문화적으로 표현된 것이 축제’라고 했으며, 미국의 신학자 하비 콕스(HarveyCox)는 <바보들의 축제>에서 ‘축제는 억압되고 간과되었던 감정표현이 사회적으로 허용된 기회로 그를 통해서 문화의 발달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만큼 축제는 인간의 가장 인간다운 유희요 몸부림이며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오아시스와 같은 기능을 하는 원초적인 행위예술로 자리매김해 왔다.

국내의 축제는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후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 중 하나로 각 지자체들은 지역 축제를 통해 지역의 문화를 콘텐츠화하고자 노력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관광 상품화 전략 차원에서 대부분의 축제에 국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축제들이 지역 특산물과 결합한 특정 성공한 일부 축제를 모방하면서 유사한 축제가 난립되었고, 그 결과 유사한 콘텐츠의 반복과 수적으로 확장되는 모습 속에 축제 운영 주체들의 자생력 약화를 초래해 왔다.

2018년 한국관광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축제의 지방정부 보조금 비중이 평균 85%에 달하고 있으며 따라서 참가자들도 축제를 무료로 즐기는 것을 당연시 여기게 되며 지역 축제의 콘텐츠 부족과 경쟁력을 잃게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반면 해외 축제의 경우 입장권 판매, 후원사 확보 등으로 전체 축제 예산의 60% 이상을 자체 확보하거나 그 지역만의 차별화된 콘셉트로 그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축제 기간 방문하는 수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지역 경제 유발 효과가 큰 축제들이 경쟁력을 가지며 매년 성장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축제’는 전체 예산 727억원 중 74%인 538억원을 자체수입과 후원으로 충당하고, 캐나다의 ‘오타와 윈터루드 축제’는 재정자립도가 무려 90%에 이른다. 또한 ‘바이로이트 음악축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독일의 대표적 음악축제로서 지금 예매하더라도 8년 후에나 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울산도 대표적인 축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최근 지역 대표 축제들도 변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고민을 해외에서는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다.

하이브리드 전략은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활동과 요소를 축제 프로그램에 접목시켜 시민들에게 어필하는 것을 말한다.

매년 3월 미국 텍사스 주의 소도시 오스틴에서 열리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페스티벌(South by Southwest Festival)’은 이러한 하이브리드 전략을 가장 잘 실천한 사례로 꼽힌다.

1987년 이 지역 소규모 음악 축제로 시작해 영화와 정보기술(IT) 분야로 확장했으며, 전통적인 예술에 과학, 산업, 게임 등을 결합한 덕분에 이 축제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인사들의 교류의 장이자 유명비디오 게임과 트위터, 포스퀘어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수의 스타트업이 이곳에서 처음 서비스를 선보이는 무대로 인기를 얻게 되었다.

하이브리드 전략은 축제 참여한 시민들에게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제공해 축제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그 머문 시간만큼 소비가 촉진되는 전략으로 울산의 아킬레스건인 머물지 않는 관광산업의 핸디캡을 극복할 수도 있을 전략이기에 참조할 필요가 있다.

해외 축제의 사례에서 보듯 지역 대표적 축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공공재원의 의존도를 줄이고 수익구조를 다각화하는 기업가적인 기획이 필요하며 그 축제만의 독특한 콘텐츠로 자생력을 갖춘 축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현대중공업의 물적 분할과 경기 침체로 시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이럴 때 지역의 대표 축제 관계자분들은 축제의 본래 기능인 ‘억압으로의 탈출과 분출 기능’을 위해 시민들의 ‘고통을 치유’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더 고민하길 부탁드리며, 축제의 주인공은 유명 가수가 아니라 우리들 시민들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홍종오 영화감독 한국영화인총연합회울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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