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정부가 누누이 강조했던 재정분권의 허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울산시가 울산시 북구 무룡동 산 86­1 일원 89만8411㎡를 산림복지단지로 조성하기로 했으나 정부는 사업 전체를 시 예산사업으로 전환시켰다. 당초 울산시는 정부의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를 대폭 할애받아 울산 산림복지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11%에서 2020년까지 21%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산림복지단지 사업을 아예 울산시 예산사업으로 바꿔버렸다.

산림복지단지는 ‘산림복지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성된 지역을 말한다. 이 지역에는 산림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조성된 자연휴양림, 산림욕장, 치유의 숲, 숲길, 유아숲체험원, 산림교육센터 등이 들어선다. MTB코스, 모노레일, 집라인, 어드벤처체험장 등도 갖춰진다. 한 마디로 산림을 활용하는 시설을 총체적으로 집합시켜 놓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산림복지단지가 자체 사업으로 전환된 것은 재정분권의 실상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방을 위해 지방소비세율을 높여주겠다면서 균특회계를 깎는 이율배반적인 행보를 보인 것이다.

울산 산림복지단지의 총사업비는 590억원. 울산시는 이 사업을 따기 위해 그 동안 모든 행정력을 동원했다. 이 사업이 확정되면 정부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라는 175억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울산시가 우여곡절 끝에 지정을 받은 이 사업에 대해 정부는 설계비 8억원조차 내려주지 않았다. 올해 2020년 당초예산에 설계비를 다시 신청할 예정이지만 정부는 지방소비세율을 높여주는 빌미로 산림복지단지에 대해서는 아예 신경을 끈 모습이다.

올해 울산시의 균특회계는 지난해 390억원에서 12억으로 대폭 줄었다. 균특회계로 추진된 43개 사업 가운데 산림복지단지를 비롯해 신규사업 등 25개 사업이 울산시로 이양됐다. 다시 말하면 울산시가 알아서 사업을 추진하든지 말든지 하라는 것이다. 국가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은 한번 밀리면 언제 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울산시로는 이 사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클 것이다.

산림복지단지는 울산시민들에게 있으면 좋은 시설이지만 없어도 생활에 큰 불편을 겪는 시설은 아니다. 산이 많은 울산에는 이미 천마산 편백림이나 산불산군립공원, 대운산수목원 등 곳곳에 좋은 시설이 많이 있다. 지금 울산의 경제가 최악의 길로 가고 있는 점을 인식해 산림복지단지의 규모나 시기를 잘 판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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