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생업안전망 인프라 확충
협업통한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 등
상생 공존·연결의 힘 필요한 시점

▲ 하인성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얼마 전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활성화와 관련해서 의미 있는 뉴스를 접했다. 대기업과 대형 외식기업들이 외식업종 소상공인 단체와 상생협약을 체결한 것과 인테리어 가구 대기업이 임차료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직영점을 없애고 상생형 매장을 늘리겠다는 발표였다. 요약하면 대기업이 신규 출점 자제 등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사항을 준수하고 교육과 컨설팅을 지원하며, 대리점 및 제휴 점포의 대형 쇼룸 입점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계약상 갑의 지위와 경쟁의 주체이던 대기업들이 소상공인을 동반자로 인식하고 사업영역의 보호와 경영환경의 개선 등을 협력키로 한 사실은 의미 있는 변화로 사회적 책임실현에 적극 나서려는 ‘관점의 이동’으로 읽히기에 충분해 보인다.

뉴-노멀 시대, 경기 불황과 저성장 기조 속에서 창업자가 준비된 기술기반 창업보다는 손쉬운 생계형 창업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외적인 요인들이 맞물려 생존율과 이익률이 급감하는 패턴이 지속되고 있다. 나름 경쟁력을 갖춘 골목상권도 대기업 프랜차이즈와의 경쟁과 높은 임대료 등으로 내몰림 현상(젠트리피케이션)을 겪는 등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작년 도·소매, 음식 등 주요 업종 자영업 폐업률이 89%에 달하고,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한 사업체도 72.1%나 되는 등 갈수록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기업과 금융기관 등이 소상공인과의 자발적인 상생협력에 나서고 있어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 국내 1호 자발적 상생협력기업 네이버는 소상공인연합회, 부산시와 잇달아 업무협약을 체결해 소상공인의 온라인시장 진출 확대와 쇼핑 플랫폼을 통한 판매, 온라인 비즈니스 전문가 양성 등에 나서고 있다. 유통기업 이마트도 대립과 갈등을 넘어 전통시장과 협력해서 시장 내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개소함으로써 다소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있지만 상권 활성화와 전통시장 매출증가에 기여하는 등 상생과 공존을 위한 새로운 협력모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하지만 울산에는 아직 상생협력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어려운 울산 소상공인의 생계안정과 상권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상생과 공존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부족한 지역 소상공인의 생업안전망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전국 4곳에 설치되어 있는 네이버 파트너스퀘어를 울산에도 유치해 지역 상권의 홍보와 판로를 지원하고, 신사업 창업사관학교도 유치해 예비창업자의 전문 교육과 실전 창업 체험을 강화하고, 경쟁력 보유한 소공인의 기술창업 유도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대기업·금융기관·공공기관 등이 동참하는 상생협력 자금을 조성하고 연계지원을 통해 생존률과 이익률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

둘째, 부족한 전문가를 발굴·양성하고 소상공인도 경쟁력을 높이는 자발적인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현재 울산에는 소상공인협동조합이 20여개에 불과하고 사업 참여율도 1.2% 정도로 타 지역에 비해 극히 낮은 상황이다. 따라서 관련 전문가가 중심이 돼 동종·이업종간 협동조합 결성과 협업을 통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고 과감한 공동사업 추진 등 혁신노력이 필요하다. 낙후된 상권에는 상권 활성화 추진과 상생스토어 유치 등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하고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전문가의 발굴과 양성이 필요하고 소상공인들도 자발적인 노력과 상생과 공존 마인드가 필요하다.

삼국시대 제갈량은 뛰어난 두뇌에도 항상 어떤 일을 결정함에 있어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구했다. ’지혜를 모아야 더 큰 이익을 얻는다.‘는 집사광익(集思廣益)의 원칙을 잘 알고 지켰기 때문이다. 지역 대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을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 역내 유통이 활성화되면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이 힘을 얻고 골목상권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지금은 ‘상생과 공존’, ‘연결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하인성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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