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지각 관광객 날카로운 칼 등
이름·이니셜 새겨 대나무 훼손
일부 대나무 병들어 솎아내야
13일 찾은 울산 중구 태화강 십리대숲. 아침인데도 대숲 산책로에는 여유롭게 산책하는 시민들이 가득했다. 타지에서 온 듯 일부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한민국 생태관광지 26선’ 중 한 곳이자, ‘꼭 가봐야할 한국 관광지 100선’ 중 하나인 태화강 십리대숲은 최근에는 태화강지방정원의 인기와 함께 전국에서도 많은 방문객이 찾는 울산의 명소 중 하나로 인기몰이중이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 십리대숲 대나무 곳곳에 방문객들의 흔적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취재진의 확인 결과 ‘○○ ♡ ◇◇’ ‘□□아 사랑해~’ 등 연인들간의 사랑의 징표로 새긴 낙서가 가장 많고, 날짜 등과 함께 대숲 방문을 기념하는 가족 및 친구간의 낙서도 눈에 띄었다. 중국·베트남·미국 등 외국 방문객들의 것으로 보이는 낙서도 있었다. 방문객들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도록 설치된 벤치 주변 대나무는 사실상 낙서장 마냥 수많은 낙서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문제는 낙서 대부분이 칼 같은 날카로운 것으로 대나무 겉을 긁어 새긴 형태라는데 있다. 매직 등 펜류로 쓰여진 낙서에 비해 그 흔적이 오래가는데, 무려 ‘2016년’ 날짜가 새겨진 낙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울산시태화강정원사업단에 따르면 이같이 낙서에 훼손된 대나무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조치가 가능한 대나무의 경우 낙서를 지웠지만, 일부 대나무는 솎아 베어내야한다고 설명했다.
시는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들을 활용해 대숲 일대 낙서 자제 등을 위한 계도 및 순찰활동을 벌이고, 추후 관련 안내문 표착 등을 검토 중이다.
윤석 울산 생명의 숲 사무국장은 “사람으로 따지면 피부 상처에 붉게 딱지가 앉는 것처럼 대나무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며 “매년 대나무의 건강한 육성과 밀도 유지를 위해 간벌을 하는데, 이 대나무들을 활용해 방문객들이 직접 이름을 새기거나 아니면 새겨주고 이를 전시 또는 걸어두는 형태의 공간을 마련하는 쪽으로 생각을 달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