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러움이 잦아든 이른 아침, 고요를 가르는 뻐꾸기 울음이 처연하다. 촘촘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잔디마당에서 꼬리를 까닥거리며 찌빗찌빗 떠드는 딱새와 박새들. 분주한 움직임을 보노라니 몽롱하던 정신이 맑아진다. 아침에 듣는 새소리는 지구의 활기찬 숨소리다. 지구가 존재하는 한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당연함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가정, 한 권의 책이 문득 소리가 사라져 고요한 세상을 생각하게 한다.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에코리브르)은 환경서의 고전이 될 듯하다. 저자가 염려한 일들이 방향과 방법을 바꿔가며 계속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는 과학의 이점만큼 그 폐해를 지적하는 환경운동도 활발하다.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전쟁은 많은 생명을 한순간에 잔혹하게 빼앗는다. 그렇지만 평화 중에도 원인모를 병으로 많은 생명이 죽어간다. 무분별한 화학약품의 남용이 낳는 재앙이다. 파릇파릇한 골프장의 잔디는 맹독성 농약이 만든 작품이다. 잡풀 하나 없는 공원의 잔디 역시 제초제의 효능 덕분이다. 흠집하나 없는 과일들의 단단한 과육과 윤기 나는 빛깔도 농약 없이는 안 되는 세상이다.

잘 가꿔진 잔디며, 크고 튼실한 열매를 위한 과정은 만만치 않다. 이런 면에서 농약은 혁신이다. 그러나 일일이 잡초를 뽑는 수고로움은 전설이 되었지만 결과는 끔찍하다. 없던 병으로 인간의 평균수명은 길어진 만큼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는 세월도 길어졌다. 무분별한 농약사용이 초래한 결과다. 오랜 연구와 실험의 결과로 풀어낸 저자의 경고에 정신이 번쩍 든다.

‘새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고’는 이 책의 여덟 번째 소제목이다. 물론 새소리의 소멸이 당장 인류의 소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짖는 새소리, 끊어질 듯 이어지는 풀벌레 소리조차 사라진 세상은 공포다. 지구의 숨소리를 들을 수 없는 봄. 생각만 해도 암울하다. 생동하는 봄은 연둣빛 새순을 보면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언 땅과 마른 나뭇가지 사이를 날며 우짖는 새소리가 어우러져야 비로소 완연한 봄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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