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차장

지난 5월 개정된 ‘울주군 행정기구 설치 규칙’이 6월 임시회 개회식에서 송성우 군의원의 군정질문으로 뒤늦게 화두에 올랐다. 5월 임시회 당시 군의회에서 가결된 ‘군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안’의 하부지침 격인 행정기구 설치 규칙은 조례안과 달리 의회의 표결이 필요치 않은 군수의 고유 권한이다. 규칙 개정의 요지는 구·군청 과장급인 5급 사무관의 직렬 확대다. 군은 울산시와 기술직 통합 인사를 실시하고 있어 6급 이상 기술직에 대한 자체 승진 및 전보권이 없다. 이로 인해 기술직 부서장이 휴직이나 사고 등으로 자리를 비울 경우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시의 잦은 인사로 업무 추진의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는 등 인사운영에 애로를 겪기도 한다.

이에 따라 군은 기술직 사무관만 맡을 수 있는 일부 부서의 장을 행정직렬도 맡을 수 있도록 규칙을 개정했다. 이번에 행정직렬에 문호가 개방된 사무관 자리는 도시과, 건축과, 도로과, 시설지원과, 민원지적과, 산림공원과, 생태환경과 등 무려 7개에 달한다. 군은 규칙 개정을 앞두고 지난 4월11일부터 5월1일까지 입법예고를 했다. 규칙 개정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기술직 공무원들은 노조를 통해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기술직 단수직위에 행정직렬 부서장이 올 경우 점차 전문화되고 있는 민원처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기술부서만 복수직렬로 지정하는 것은 기술직 직원들에 대한 업무능력 폄하로 비춰져 사기 저하는 물론 직렬간 보이지 않는 계급 조성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등의 의견이었다. 군은 ‘부서장은 소관업무는 물론 직원들을 총괄하는 관리직으로 기술적 부분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어서 행정직도 기술분야 부서장을 맡는데 어려움이 없다’ ‘행정직 단수로 돼 있는 부서장도 행정·기술직 복수직렬로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었고, 결국 규칙은 원안대로 7월1일 시행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아쉬움은 기술직렬 관련 인사가 군의 의지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논란을 무릅쓰고 이를 강행할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현재 울산의 농업직 사무관 12명 중 군에 근무 중인 사람은 절반인 6명이다. 이 중 실제 업무와 연관성이 큰 곳에서 근무 중인 사무관은 농업정책과장과 축수산과장 2명뿐이며 나머지는 읍면장을 맡고 있다. 이렇게 인사 적체 해소용으로 군을 활용하는 시가 과연 자신들이 인사권을 행사해야 할 기술직렬 사무관 자리를 군이 컨트롤할 경우 이를 그냥 보고 있을까?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이선호 군수는 시가 행사하는 4급 행정직렬 인사권을 ‘직을 걸고서라도’ 갖고 오겠다고 밝혔고 결국 이를 관철했다. 직을 걸 만큼 중요한 권한인 4급 행정직 인사권을 복수직렬로 확대할 경우 기술직 인사권을 가진 시가 그 자리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데 과연 이선호 군수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또 다른 아쉬움은 타이밍이다. 이미 지난 5월1일 의견수렴이 끝났고, 당시 임시회에서도 거론되지 않고 지나간 사안을 굳이 한 달여가 지난 이번 회기에 뒤늦게 공식적으로 거론할 필요가 있었는지다. 일각에서 군수에 대한 의도적인 딴지 걸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어쨌거나 규칙은 이미 개정됐고 10여 일 뒤인 7월1일자 군 인사에서 적용·시행된다. 군이 내부 소수 직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공명정대한 인사를 실시한다면 지금 불거지는 우려와 반발도 점차 수그러들 것이다. 유난히 4·5급 승진자가 많은 이번 인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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