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정 울산상공회의소 경제조사팀 대리

울산은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공업도시다. 대한민국의 심장이며, 산업수도로서 명실공히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울산이 주력산업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역경제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고용창출 효과가 높고 고부가산업인 관광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사실 울산이라고 하면 산업단지에 빼곡히 자리 잡은 공장시설 덕분에 회색빛 도시를 떠올리지만 그건 오해다. 삭막할 것만 같은 울산은 낮이면 쉴새 없이 돌아가는 공단도 밤이 되면 멋진 야경을 만들어내고, 산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천혜의 자연과 도심 생태공원, 오랜 역사를 간직한 문화유산 등 풍부한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어 최근 관광객이 급속도(2016년 260만명→2018년 521만명)로 늘어나고 있다.

울산상의는 울산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고용창출력이 높은 관광·서비스산업 발전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전문기관 용역을 통해 주제별 5가지 관광테마(산악, 산업, 생태, 해양, 역사문화)를 발굴해 울산의 관광산업 발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례로 울산의 관광자원 실태를 확인하고 대안을 마련하고자 11차례에 걸쳐 16개 장소를 답사했고 그 과정에서 울산이 가진 놀라운 가치를 확인한 반면 아쉬움의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역사유적의 경우 관광 콘텐츠로 개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원형 보존과 최소한의 보강, 주변 정비를 통해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면서 관광 자원화를 하는 것인데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첫 번째로 울산의 국보인 천전리 각석(국보 제147호)과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의 보존문제다. 선사시대부터 문자시대에 이르기까지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천전리 각석과 인류의 포경을 그려낸 최초의 유적으로 신석기시대 말기를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반구대암각화는 세계적으로도 그 연구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으며 역사성이 깊은 바위그림이다. 그러나 반구대 암각화는 보존 방법에 대한 논란으로 오랜 시간동안 방치돼 비가 오거나 사연댐 수위가 높아지면 물속에 잠겨 훼손이 심각한 상황이며 천전리각석은 이렇다한 관리가 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두 번째는 대대리 고분과 울주 검단리 유적이다. 대대리 고분은 청동기시대에서 신라시대에 걸친 시기의 고분군과 생활유적으로 고대 울산지역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우시산국(于尸山國)의 존재를 밝히고 사회와 문화를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울주 검단리 유적은 한반도에서 최초로 발굴·조사된 청동기시대의 환호취락이다. 그러나 위상에 비해 전혀 주변 정비가 되어있지 않아 접근 자체가 어려워 시민들의 발길조차 뜸한 것이 현실이다.

세 번째는 남목마성과 개운포성이다. 조선시대 나라에서 쓸 말을 기르던 목장성인 남목마성은 당시 전체 길이가 5.11㎞에 달했는데 봉대산의 잦은 산불과 관리소홀로 이미 많은 훼손이 있었으며, 남아있는 성벽 또한 관리가 되지 않아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또한 임진왜란 직전까지 130여 년 동안 경상좌도수군절도사 영성(경상좌수영)으로 쓰인 개운포성은 현재 기초석 형태만 남아있고, 원형 윗부분에 증축을 통해 일부 보수했지만 그 형태가 왜곡되어 복원자체의 의미를 잃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서생포 왜성도 정유재란 이후 경상좌수영 휘하의 서생포만호진이 옮겨와 사용되어 우리에게도 역사적 의미가 깊은 유적이므로,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1962년 2월3일, 울산공업지구 지정을 기념하기 위한 발파 기념비도 현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주) 공장안에 마련되어 있는데, 정확한 역사적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기념비 내용 중 발파장소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아야할 것이다. 지난 50여년의 산업화가 울산의 부를 창출했다면, 앞으로는 수억 년의 발자취와 선조의 숨결이 고스란히 숨쉬고 있는 세계 속 울산의 문화유산을 잘 정비해 발전시켜 나간다면, 울산은 산업도시·생태도시에 이어 관광도시라는 명성으로 훗날 살기 좋은 고장 울산으로 거듭날 것이라 기대해 본다. 김현정 울산상공회의소 경제조사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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