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트램 도입을 추진 중이다. 수십년 전부터 논의돼왔던 트램 도입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2027년 트램건설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에따라 울산시는 지난해부터 트램사업 준비에 착수해 도시철도망구축계획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마무리단계에 있다고 한다. 용역의 구체적 내용은 알 수가 없지만 혹여 트램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노선과 비용을 산정을 하는 용역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울산은 대중교통수단이 버스에 한정돼 있다. 이로 인해 교통정체와 안정성, 정시성 등을 이유로 트램이나 지하철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도시의 규모가 확대되면 당연히 대중교통수단의 다양화도 뒤따라야 한다. 처음으로 트램이 논의된 것도 울산이 성장가도를 달리던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적 여건이 많이 달라졌다. 점점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승용차 보유율은 증가하고 있다. 출퇴근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 도입 등 사회적 환경도 변화가 진행되는 중이다. 대중교통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데 공연히 트램을 설치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트램이 무조건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목표연도의 울산 인구와 규모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트램의 필요성과 효용성을 먼저 따져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트램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지하철에 비해 건설비용이 적다고는 하지만 송시장의 공약에 따르면 태화강역을 비롯한 주요거점과 구·군지역을 단계적으로 연결한다는 계획하에 6000억원 가량을 들여 20㎞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간 수차례 제시된 비용만 보더라도 1993년 2개 노선(30㎞, 32㎞)에 7500억원, 2004년 1개 노선(32.49㎞)에 7538억원, 2008년에 1개 노선(15.95㎞)에 4600억원 등이 제시됐다. 시설비 못지 않게 운영비도 지속적으로 부담이 될 것은 뻔하다.

도로가 좁은 울산의 경우 트램과 버스, 승용차가 같은 차선을 이용함으로써 정체를 가중시킬 우려도 있다. 전선지중화가 대세인 점을 고려하면 전선이 없는 무가선 트램이나 간선급행버스체계(BRT)로 불리는 바이모달 트램 등이 돼야 할텐데 비용과 효율성, 이동속도 등이 또다른 문제점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어차피 트램이 버스를 대신할 수는 없다. 버스운영에 투입되는 예산과의 상관관계도 검토해야 하고 이미 대중교통이나 다름없는 택시의 활용성, 전국에서 가장 높은 승용차 보유율도 짚어보아야 할 문제다. 장기적 관점에서 지하철 도입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트램 도입을 전제로 할 것이 아니라 대중교통체계를 두고 보다 근본적이고도 폭넓은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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