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의 사연댐 수위조절안은
유속증가에 의한 치명적 훼손 우려
유일한 보존책은 물과 격리하는 것

▲ 조홍제 울산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지난해 취임한 송철호 울산시장은 사연댐 수위를 낮춰 반구대암각화를 구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올해 초부터는 암각화 보존과 식수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TF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낙동강유역의 도시들과 연계된 물 문제 해결을 위해 환경부 및 울산시 등 관계기간이 MOU도 체결했다. 시 해당부서 공무원들과 일부 문화계 인사들도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최근에는 방송사의 특집 프로그램, 신문 등에서도, 암각화 보존을 위해서는 문화재청이 지난 십수년간 막무가내로 주장해왔던 사연댐을 낮추는 것, 즉 수위조절안이 가장 적절한 해법인 양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암각화 보존의 핵심은 사연댐을 낮추고, 그로 인해 부족한 물을 운문댐이나 낙동강으로부터 보충하면 되는 단순한 물 수요·공급만의 문제가 아니다.

필자가 심히 우려하는 바는, 댐을 낮춤으로 해서 암각화 주변에서 빨라지는 ‘물의 흐름이나 댐의 수리학적 현상’에 의해 암각화에 가해지는 치명적인 훼손 가능성이다. 흐르는 물의 소유력, 즉 세굴 또는 침식 등 자연적 현상을 애써 무시하고, 댐만 무조건 낮추면 암각화를 보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무지하고 무책임하다.

암각화가 급속한 유속에 의한 침식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경고하는 연구보고서도 적지 않다. 2002년 태풍 ‘루사’시 강릉에 하루 870㎜의 비가 내렸을 때, 전국 주요 댐의 안전 확보의 일환으로 한국수자원공사가 실시했던 ‘사연댐 치수증대사업(p. 5-23, 2009년)’에 따르면, 수위를 낮추었을 때 “2년 빈도 홍수시 암각화 하단부가 침수되고, 유속이 빨라져 침식작용이 가속될 수 있다”고 하였다. 2010년 공주대가 수행하였던 ‘반구대암각화 암면 보존방안 학술연구’에서도 사연댐을 낮출 경우, 암각화 앞의 유속이 증가하므로 암각화면에 대한 ‘암석보강공법’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러한 유속증가에 따른 침식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2013년 울산시는 한국수자원학회에 의뢰해 5억5000만원의 예산으로 9개월 동안 수리모형실험을 시행한 바도 있다. 그 결과 사연댐을 60m에서 52m로 낮추게 되면 2년 빈도 정도의 크지 않은 홍수시에도 암각화 하단부가 물에 잠기고, 암각화 앞의 유속이 약 10배 이상 빨라져 암각화가 치명적으로 훼손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현재 암각화는 이러한 침식을 견딜 수 있는 상태가 전혀 아니다. 2003년 울산시가 추진하였던 ‘반구대암각화 보존학술연구’에 참여하였던 독일 아헨대 베른 피츠너 지질연구소팀이 암각화 전면을 30cm격자로 구성한 후 총 189곳에 대해 ‘슈미터해머(쇠망치)’로 타격실험을 하였다. 그 결과 암각화면 전체가 대단히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이고, 특히 물과 접촉이 빈번한 하부는 ‘흙’이 되기 직전의 상태라고 했다. 암각화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수십년 동안의 자맥질과 당시의 쇠망치 타격실험으로 인해 속으로는 무수히 많은 미세한 균열들이 생겨 이미 골병이 든 상태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사연댐을 52m로 낮추는 어설픈 방법으로는 빠른 흐름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암각화가 훼손되는 것을 절대 막을 수 없다. 현 상태에서나마 암각화를 온전히 보존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암각화를 물과 완전히 격리시키는 것이다. 물과 격리시키는 방법은 단 두가지 뿐이다. 사연댐을 아예 철거하고 암각화 앞에 퇴적된 흙을 준설하여 과거 수천년 전의 모습으로 노출시켜 보존하거나, 울산시가 줄곧 제안해왔었던 ‘생태제방’ 설치이다.

댐을 철거한다는 것은 10여개의 펌프장에 의한 강제 배수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는 신·구시가지의 홍수 문제가 심각해짐을 의미한다. 또한 현재도 가뭄시에는 낙동강 물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하루 13만t의 물을 추가로 낙동강이나 타지역으로부터 공급받아야 하는 등 울산시민들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나 크다.

결론적으로, 암각화가 새겨진 암석(이암)의 특성과 현재 심각히 풍화된 상태를 고려한다면, 물과 완전히 격리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물의 흐름 현상을 무시하고, 문화재청이 암각화 보존방안으로 십수년간 주장하고 있는 사연댐의 수위조절은 되레 암각화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댐을 낮추는 우를 범한다면, 암각화는 침식에 의해 훼손되어 결국 소멸되고 말 것이다. 조홍제 울산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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