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울산정신과 울산학을 돌아볼 때

▲ 지난 5월 전주에서 열린 제16차 한국지역학포럼. ‘지역정신과 지역학’ 주제로 세미나가 진행됐다.

꾸준한 논의로 지역정신 정립한 전주
문화다양성서 정체성발견 나선 경기
지역정체성 등 지역학의 공통 관심사
지역색 찾기, 체계·지속적 연구 필요
역사성 근거해 지역의 정신 규명해야

지난달 전주에서는 제16차 한국지역학포럼이 ‘지역정신과 지역학’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지역학의 공통적 관심사인 지역정신과 정체성을 각 지역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이에 대한 연구와 정책은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 이와 관련하여 지역학의 역할과 가치를 논하는 자리였다.

각 지역의 주제 발표가 있었는데, 기억에 남는 두 주제를 소개하면서 이를 통해 우리 울산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전주정신의 현재와 미래’라는 발표에서는 오랜 역사를 지닌 전주가 지역정신과 정체성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음을 이야기했다. 2009년 전주정신을 논의하기 위해 전주정신 대토론회를 개최한 이래로 꾸준히 지역정신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본격적인 논의는 전주정신정립위원회(2015년)가 구성되어 2년 동안 20여 차례의 회의와 워크숍을 개최하면서 이루어졌다.

또한 전주정신학술대회 등을 통해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2016년 시민의 날에는 “한국의 꽃심 전주”라는 전주정신을 공식적으로 선포하였다.

<전주정신 정립 연구보고서>(2016년)에는 전주정신선언문, 전주정신과 그 역사적 근거, 전주정신 확산 방안과 연구논문 등을 수록하였으며, 전주정신정립위원회는 전주정신표준안 <한국의 꽃심 전주>(2018년)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전주정신 ‘꽃심’이란 꽃을 피워내는 힘, 새로운 문화와 세상을 열어가는 강인한 힘이다. 전주사람들은 대동, 풍류, 올곧음, 창신의 특질이 있으며 꽃심은 이 네가지를 다 아우르는 전주의 얼이며 정신이다.(전주시 홈페이지 참조) 전주는 이처럼 오랜 기간을 거쳐 전주의 정신을 정립하였고, 전주정신을 확산시켜 나아갈 방법을 지속해서 모색하고 있다.

‘경기도의 정체성과 경기학의 과제’에서는 지방에서 보면 수도권이자 중앙이기도 한 경기도의 현재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경기도는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다른 지역으로부터의 외지 인구 유입으로 각 지역의 문화와 풍습이 모이면서 문화적 다양성이 형성되었지만, 급격한 인구의 유입으로 인해 오랜 기간 누적된 공동의 역사 경험 자체가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체성 형성이 어렵다고도 볼 수 있다.

▲ 이경희 울산학연구센터 연구원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경기도는 정체성이 없는 것이 정체성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 말에 오해는 없길 바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경기도는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학계와 관련 단체, 시민들이 노력하고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도시에서 지역정신을 선정하여 반포한 것도 의미가 있고, 지역의 독특한 상황으로 인해 도시의 정체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것도 그 나름의 의미는 있다. 중요한 것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다.

지금까지 울산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은 수없이 많이 나왔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들을 수가 없었다. 단편적인 연구는 진행되었지만,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장 눈앞에 드러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순위에서 밀려났다. 역사성에 근거한 지역의 정신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규명하고, 이를 어떻게 확대해 나갈 것인가를 시민들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이경희 울산학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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