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내 산업체인 태광산업이 대규모 방사성폐기물을 몰래 보관해온 사실이 알려져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이 2016년 10월이다. 그로부터 2년8개월이 흘렀다. 당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태광산업,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이 이송시기와 방법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뤄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20여년간 불법 보관돼 오던 방폐물이 2016년 뒤늦게 알려지고도 또다시 3년여 가까이 대책 수립 없이 방치해온 것에 다름아니다. 원안위의 늑장행정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5월에야 비로소 해결의 물꼬가 트였다. 그것도 실질적인 해법이 나온 것은 아니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원안위원장과의 면담에서 “태광산업 방폐물이 도심 복판에 있어서는 안 된다”며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자 원안위원장이 “내부 검토를 거쳐 처리에 들어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 후 원안위의 조치가 바로 방폐물 고형화 공장 건립의 인허가를 서두르겠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뭘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젤리상태의 방폐물은 고형화한 후 방폐장으로 옮겨간다. 태광산업은 2017년 고형화 기술을 확보하고 공장건립을 위한 허가를 요청했으나 원안위는 지난 2년여동안 기술검증을 이유로 허가를 해주지 않았다. 울산시는 그동안 9차례의 실무회의에 참석해 신속한 검증을 요청했다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최초 기술이라 안정성과 공사방법의 적합성 등을 따져야 한다는 게 원안위가 밝힌 이유이다. 까다로운 검증절차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지역주민들에게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무작정 기다리게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정부는 필요한 시기에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위험 노출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주민들은 그 과정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방폐물의 저장에 관한 인허가권은 국가에 있다. 그 때문에 이번 태광산업 방폐물에 대해 울산시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법상으로 정부가 지자체에 통보해줄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태광산업이 저장 허가를 받은 1140여t 외에 320t을 무단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경찰수사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다면 지금도 울산시민들은 방폐물을 지척에 두고도 있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드러난 방폐물의 처리과정까지도 지역주민들은 몰라도 된다는 식으로 처리한다면 시민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방사능오염에 대한 불안감은 그 어떤 재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원안위는 태광산업 방폐물에 대한 향후 처리과정과 일정에 대해, 그리고 안전성에 대해 울산시민들에게 세세하게 설명해줄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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