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애란 울산과학대 학술정보운영팀장

시민들이 도서관의 대출 카드(책이음카드)를 은행의 신용카드처럼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연체되었거나 정해진 대출 도서 수를 초과하여 빌리고 싶을 때 생긴다. 빌린 책을 연체하면 지연한 일수만큼 카드 사용이 중지되고, 한 곳에서 최대 3권에서 5권까지 빌릴 수 있게 정해져 있다. 규정상 원래 다른 사람의 대출증을 빌려 사용하지 못하게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타인의 대출 카드로 책을 빌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은 엄연한 불법이지만 시민들의 독서량을 향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해 못 할 것도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대출 도서 수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울산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6년간 우리나라 도서관당 평균 대출 도서 수가 15만1618권(2013년)에서 12만1528권(2017년)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울산은 2013년 16만4052권에 비해 2017년 16만762권으로 줄었다. 다른 사람 명의의 대출 카드로 책을 빌리는 것까지 막는다면 대출 수는 더 떨어지며, 대출을 늘리는데 장애가 된다.

얼마 전의 일이다. 여행 갈 국가의 정보가 필요하여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도서를 다 읽지 못해 미루다가 연체통지를 받은 후에 반납했다. 덜 읽은 책을 다시 대출하고 싶었으나 기한이 지난 일 수 만큼 대출이 중지되었다. 답답한 실정이었다. 대출 가능 일(日)은 여행지에 가 있을 때였다. 딱한 사정을 담당자에게 이야기하고 지인의 카드로 책을 대출할 수 없냐고 했더니 안된다는 원칙적 답변을 했다. 읽어야 할 책을 필요한 때에 못 읽게 되자 아쉽고 서운했다.

지인들이 타인카드로 책을 빌리고 있는 것을 담당자에게 말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필요할 때마다 책을 대출해 온 지 오래되었다. 그로 인해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 타인의 대출 카드로 책을 대출하는 행동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이럴 경우는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회원 당사자가 사용한 카드는 지인의 승낙하에 사용했다. 책을 읽고 싶어 잠시 다른 사람 명의로 빌렸다고 회원자격까지 박탈하거나 막는다면 야박하지 않은가. 도덕적인 측면에서 분명 잘못되었다. 하지만, 대출된 책으로 교양을 쌓거나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또한, 자동 도서대출반납기로 도서 대출을 할 경우를 보자. 다른 회원의 카드로 제재 없이 책이 대출된다. 타인의 카드로 대출할 수 없다는 담당자의 원칙적 답변은 유명무실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도서관 서비스가 규정과 윤리적 관점에서 이용자들의 책 대출을 통제할 것인지, 아니면 타인카드를 사용하여 이용자가 적시(適時)에 적서(適書)를 대출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도서관 관계자의 고민이 필요하다. 대출 카드를 타인에게 빌려줄 수 없다는 회원 규정과 별도로 카드사용을 허용한 사람의 확인을 거치는 내부지침을 마련하면 어떨까.

도서관은 시민들에게 한 권의 책이라도 더 대출하여 자원활용을 높일 수 있는 선택지가 더 유용하다. 시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하는 도서관, 그들이 이곳에서 돌려받은 가장 큰 혜택은 책이었다. 그 밑바탕은 대출 카드의 돌려막기가 한몫한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책, 많이 읽을수록 좋지 않은가. 이애란 울산과학대 학술정보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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