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현주 문화부

억수 같은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주말 태화강대공원에서는 지역축제가 열렸고, 수천명의 관객은 비를 맞으면서도 객석을 지켰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축제 열기는 점차 뜨거워졌다. 그런데 이날 개막공연에 참여하기로 했던 울산시립무용단이 날씨를 이유로 공연을 취소했다. 이 사건은 축제가 막을 내린 지금까지도 구설에 오르내리며 비난받고 있다.

구설의 내용은 무대 위에는 천막도 설치돼 있고, 비보이 같이 격한 공연도 모두 예정대로 진행됐는데 유독 시립무용단만 공연하지 않은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혹자는 프로의식을 지적했고, 또다른 이는 ‘시립’으로서 사명감이 부족하다고 들먹였다.

하지만 현장을 지켜봤던 기자의 생각으로는 시립무용단 역시 당혹스럽고 억울할 것 같다고 생각된다. 이날 시립무용단원들은 같은 무용단 소속인 국악반주단원들과 함께 장구춤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국악반주단은 메인무대에 올라 연주를 하고, 무용단은 장구를 들고 돌출무대로 나가 춤을 춰야 하는데, 돌출무대 위로는 천막이 설치되지 않아 쏟아지는 폭우를 고스란히 맞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바닥 재질도 문제였다. 격렬한 장구춤은 미끄럽지 않은 고무판 무대에서 춰야 하는데 고무판이 깔리지않은 맨 바닥이라 춤 추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비는 쏟아지고, 바닥은 미끄러운데, 돌출무대에는 난간도 없어 자칫 발을 잘못 디뎠다간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수도 있었다.

시립무용단 관계자는 “흙이 질펀한 맨 바닥에서도, 등산로에서도, 무대가 마련되지 않은 대나무 숲에서도 공연을 해 왔다. 아무리 여건이 나빠도 시민이 원한다면,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라면, 계획대로 공연은 진행된다. 하지만 폭우가 내리던 그 날은 공연 직전까지 상황을 지켜보다 어쩔수 없이 취소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민과의 약속은 중요하다. 하지만 야외에서 열리는 현장상황은 변수도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립무용단은 사명감을 들먹이며 누군가가 앞뒤없이 내지르는 비판을 고스란히 받고있다. 멋진 공연과 성공적인 축제도 중요하지만, 최소한의 안전이 무시되어선 안되겠기에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는 무용단의 입장을 잠시 대변해 본다. 석현주 문화부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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