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과

들판은 다시 가지런해졌다. 횡과 열을 맞춘 이앙된 벼들의 공간사이로 거침없이 바람이 지나고, 쏟아지는 태양 빛의 입자는 점점 가팔라져 들판은 하루가 다르게 성숙해 간다. 벼들도 이제는 자리를 잡은 듯 한결 튼실해졌다. 숨 가쁘게 달려가는 6월의 들녘이다. ‘6월의 소반(小盤)’은 이맘때 농부들이 자식처럼 자라나는 들판을 바라보며 마주한 소박한 밥상이다.

갓 돋아난 새순들이 봄철 소반의 주인공이었다면 6월 소반의 주인공은 자연광을 받고 자란 더욱 강성해진 잎들과 된장이다. 잎사귀와 된장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절묘한 맛은 6월 소반이 아니고는 맛볼 수 없다. 입 안 가득 아삭거리며 퍼져가는 촉감과 향, 그리고 된장과 어우러진 이 맛은 이들이 지닌 화학적 요소들의 작용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맛은 오롯이 봄 농사를 끝낸 농부들이 6월의 들판을 바라볼 때 생겨나는 감정이 보태져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들의 부모가 느꼈을 이 맛은 우리들에게도 고스란히 전수되어 6월이면 강된장과 잎사귀로 가득한 ‘6월의 소반’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음식의 맛은 집착과 욕심을 불러오는 강한 자극임에 분명하지만 6월 소반에는 강한 자극이 없다. 6월의 소반은 마주하는 순간 자연이 키워낸 싱싱한 생명체가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 건강하게 뒤섞인다. 뒤섞여 잎사귀들이 지닌 풍부한 화학적 요소(칼륨)들은 장이 지닌 과도한 염분을 배설시키고, 장은 이들이 지닌 풍부한 항산화적 요소들을 하나하나 풀어낸다. 하지만 이와 같은 화학적 변화들은 우리들의 인식영역을 한없이 벗어난다.

여름은 검푸른 잎들의 계절이다. 잎사귀 채소 섭취가 대장암과 위암 그리고 심혈관 질환의 발생은 물론이고, 이들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줄인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섭취가 많을수록 이들 질환의 예방효과도 커진다. 칼로리와 지방은 넘쳐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들이 지닌 영양소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영양보충제다. 영양보충제는 어느덧 우리시대의 문화적 강박이 되었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이 부족한 영양분을 음식을 통해서 섭취하기를 강력히 권고한다. 영양보충제란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지만 과하면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6월의 소반’이다.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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