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환경 요인 복합적 결과로

뇌기능에 이상 사고·감각 등 장애

의심·무기력·환각·망상 대표 증상

병증 심각하면 강력범죄 일으키기도

범죄예방 위해 환자 선별·치료 중요

▲ 권국주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조현병은 뇌의 병이다. 뇌 기능 이상으로 사고, 감각, 감정 전반에 문제가 발생한다. 환청이나 망상 같이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증상이 발생한다. 정신과 영역에서 ‘정신증’이라고 부르는 병 중 가장 대표적인 병이다.

정신증은 영어로 ‘psychosis’라고 부르며, 소위 이상한 사람을 표현하는 ‘사이코’라는 말이 여기에서 왔다. 과거에는 ‘광인’ ‘광증’ 같은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권국주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함께 조현병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과도한 망상과 무기력이 대표 증상

조현병의 첫번째 증상은 과도한 의심이다.

권국주 교수는 “누구나 의심은 하지만, 조현병 환자는 의심이 너무 심해져서 이를 사실로 믿어버린다. 사실로 믿게 되는 의심을 망상이라고 부른다. 또 환청도 들린다. 단순한 말이 슬쩍 들리는 정도지만, 병이 악화되면 온종일 생생하게 들리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환자 본인이다. 처음에는 망상, 환청에 저항해보지만, 결국은 환각 속에서 살게 된다. 친구를 만나지도 못하고, 직장에 다니지도 못한다. 정서는 메말라가고 의욕은 사라진다. 심할 경우 씻거나 먹는 일상생활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조현병을 정신분열병이라고 불렀다. 정신분열병이라는 이름에 거부감이 커지고 환자에 대한 편견을 악화시킨다는 의견에 따라 조현병이라 부르게 됐다.

조현병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권 교수는 “과학의 발달로 인해 뇌에 대한 연구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어 조현병의 원인도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조현병은 어느 한 가지 원인이 아닌 여러 요인, 크게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복합적 결과”라고 설명했다.

◇꾸준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

조현병을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일종의 만성질환으로 볼 수 있다.

권 교수는 “조현병은 생각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 상태이고, 이 기능을 약물을 투여해 조절할 수 있다. 꾸준히 관리되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치료가 중단되면 망상이나 환청 같은 증상이 재발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고, 약을 복용하면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 과거에는 조현병 환자들이 사회와 격리돼 지냈지만, 지금은 상당수의 조현병 환자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직업을 가진다. 전문직도 있고, 사업가도 있다”고 했다.

조현병 치료의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조현병의 증상 중 하나가 ‘의심’이고, 다른 하나가 ‘무기력’이라는 것이다. 모든 일이 의심스럽고 불안한 상태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득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제로 입원치료를 하기도 하고, 가족들이 겨우 설득해서 약을 먹기도 한다. 무엇보다 꾸준한 약 복용이 중요하다.

권 교수는 “조현병 환자들은 종종 무기력에 빠지기 때문에 스스로 챙겨 먹기가 어렵다. 부작용이라도 있으면 더 먹기 싫어진다. 그러다 슬쩍 ‘다 나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약을 끊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투약 중단과 악화를 반복하는 일이 잦다”고 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모든 조현병 환자가 폭력적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대부분 조현병 환자들은 사회적으로 심하게 위축된 경우가 많아 전체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낮다. 하지만 정신증상이 아주 심각할 때 예상치 못한 기괴한 강력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조현병으로 인한 범죄는 대부분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해 심각한 혼란 상태에서 발생한다. 결국 환자들을 적절히 선별해서 빨리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게 범죄를 예방하는 길이다.

끝으로 권 교수는 “최근 적절히 치료받지 않은 조현병 증상으로 인한 대형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환자들에 대한 적개심과 편견이 악화되고 있어 안타깝다. 사회 전체가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더 빨리 치료를 받고,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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