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대지 대한민국 6·25전몰군경유자녀 전 울산시청 공무원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오늘도 국정수행에 노심초사하고 계시는 대통령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보훈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존경심을 보냅니다. 신록이 짙어가는 길목에서 국민들은 조국의 유월 하늘 아래 마음껏 자유를 누리면서 생활하고 있는 성하의 문턱입니다. 저는 하늘같은 아버지를 나라에 바친 6·25전몰군경유자녀의 한 사람으로서 국군최고통수권자이신 대통령님께 이렇게 감히 붓을 들었습니다

저의 선친은 제가 태어나기도 전 해인 1949년 3월, 경북도경 경주경찰서 안강지서장으로 근무하던 중에 당시 출몰하여 양민들을 살상하고 경찰지서를 습격하던 북한 비정규군인 빨치산과 교전중에 전사하였으며 지금은 국립 서울현충원에 어머니와 함께 위패로 모셔져있습니다. 저희부부는 지난 현충일에 이곳에 계시는 아버지를 참배하며 가족들의 안녕과 저간의 이야기를 무언으로 전하면서 눈물로서 큰 절을 올렸습니다.

꿈에도 그리운 아버지를 나라에 바친 그 당시 어린 저의 운명은 그후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어머니마저 일찍 돌아가시고 저는 고향 중앙시장에서 멸치행상을 하시던 노쇠하신 할머니 슬하에서 삼대독자 유복자의 그 아픈 인생의 길을 외롭게,그리고 고통속에서 걸어가야만 되었습니다.

세월은 흘러 어느덧 칠순의 문턱에 선 저는 집사람과 슬하에 네 딸과 사위들, 그리고 손자까지 두면서 지금도 가끔 지난 날을 되돌아보면서 멸문지화의 참상에 몸부림치면서 부모님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가정의 소중함을 대통령께서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얼굴 한번 뵌적 없는 선친에 대한 그리움과 어릴 때 이웃집 아저씨로부터 호로자식이라는 멸시를 당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우리민족 최대의 비극인 6·25전쟁이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육체적, 정신적 고통속에서 아직도 수많은 국민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산재되어있는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미망인과 유가족들의 발걸음, 보훈병원에서 아직도 통증을 호소하는 전상군인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임진각을 찾아서 멀리 고향 북녘 땅을 바라보는 이산가족들의 그 주름진 얼굴과 긴 한숨소리가 우리들의 귀에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청와대로 보훈가족을 초청해 위로하는 자리에서 이분들에게 김정은 사진을 보여주고 현충일 추념사에서 6·25때 월북해 북한정권수립에 기여한 김원봉을 언급하신 일련의 일들은 보훈가족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처사로서 국민들의 정서를 완전히 무시한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제 동족상잔의 6·25발발 69년이 다가오는 이 시간에도 북한은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하고 핵을 만들고, 우리 대한민국을 향해서 전쟁의 그 무서운 그림자를 한반도에 계속 드리우면서 협박을 가하고 있으니 이런 통탄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존경하는 대통령님. 우리 조상님들은 반만년의 역사속에서 수많은 외침속에서도 굴하지않고 나라를 지킨 자랑스러운 민족입니다. 따라서 대통령님께서도 위대한 대한민국 국군최고통수권자로서 북한의 이런 반민족적인 전쟁의 협박에 절대 굴하지 마시고 국가와 국민을 사수한다는 굳은 의지를 만천하에 천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우방국들과 긴밀히 협의하여 만약 그들이 또다시 남침해 온다면 승리할 수 있다는 국민적인 안보역량을 총력 배양해주시기를 간곡히 건의드립니다. 그리하여 다시는 저와같은 보훈가족들의 곡성(哭聲)이 이 땅에서 영원히 들리지 않도록 국방을 튼튼히 하여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해 주시기를 대통령님께 기원드리면서 신의 가호가 늘 함께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유대지 대한민국 6·25전몰군경유자녀 전 울산시청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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