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미경 울산 중부소방서 소방장

불이 났을 때 119신고가 먼저일까? 대피가 먼저일까?

작은 화재에도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가 하면, 건물이 전소되는 큰 화재였지만 인명피해가 없는 경우도 있다.

지난 1월 충남의 한 초등학교 화재의 경우 900여명이 수업 중이었지만 단 1건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지난해 11월 서울 모고시원 화재 시에는 최초 화재 발견자의 초기 대처 미숙으로 대피하지 못한 7명이 사망했던 사례가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화재 시 인명피해는 화재의 규모와는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다. 인명피해가 없는 큰 화재는 공통된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사람들이 신속히 대피를 먼저 했고, 평상시 대피로를 확인하는 습관과 반복된 훈련을 통해 대피요령이 몸에 배어 있었던 것이다.

지난 3월 소방청이 실시한 화재 시 대피 관련 설문조사에서 불이 났을 때 ‘건물 밖으로 대피한다(20.3%)’ ‘불이야를 외쳐 주변에 알린다(12.1%)’ ‘119에 신고한다(35.7%)’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시도한다(20.5%)’ 등 응답자 다수가 불이 났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행동은 ‘대피’가 아닌 ‘119신고’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과거 119 신고방법이 유선전화 뿐이었고 전화 보급률이 높지 않던 1970~80년 당시 신고가 늦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19신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홍보시책의 영향으로 보인다.

영국과 미국, 호주 등 안전의식이 앞선 나라에서는 ‘Get out(나가서), Stay Out(돌아오지 말고) and Call 119(신고하자)’라는 슬로건으로 화재발생시 소화방법 교육에 앞서 비상대피를 우선하여 교육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모든 연령대에 소화기, 소화전 사용법을 강조해왔으나 최근 들어 우선 대피의 중요성을 집중적으로 교육·홍보하고 있다.

다양하고 예측이 어려운 모든 위험 요인을 능동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위험한 공간으로부터의 이탈, 즉 안전한 곳으로의 비상대피가 답이다. 도로에서 차량이 고장나거나 교통사고가 났을 때, 도로나 갓길에 머무르지 말고 도로 밖으로 피해야 2차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인 것이다.

소화기 사용법과 119신고요령도 알아야 하지만, 생사를 가르는 네 글자 ‘대피먼저’를 생각하며 침착하게 연기보다 빠르게 대피하여 유사시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없어야 할 것이다. 노미경 울산 중부소방서 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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