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고단한 현실 담아내

 

신춘희(사진) 작가의 4번째 시조집 <늙은 제철소>(동학사)가 나왔다. 총 65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신 시인은 시집 속에 생명의 존엄과, 시간의 흐름과, 우리 주변의 고단한 현실을 담아냈다. 각각의 시상을 연결하는 고리가 느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시작은 하나다. 시인은 물론이고 너와 나, 우리 모두가 숨 쉬며 살고 있는 일상에서 옹주박으로 물을 떠 천천히, 끊임없이 항아리를 채워왔고 어느덧 넘치 듯 물결치는 생명수를 우리에게 건넨다.

‘이 따스함, 이것은/신의 심장인가//가이없는 죽음도/깃들어 있어서//우주의, 혈관을 쥔 것 같다/신성하다/숨소리’-‘달걀’ 전문

무엇하나 특별할 것 없는 주변에서 시인은 행과 연으로 사고의 곁가지를 그린다. 종래는 형언할 수 없는 울림의 기운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 신춘희(사진) 작가

표제작 ‘늙은 제철소’는 일종의 관람기다. 조춘만 사진가의 사진집 <산업의 자연사>에는 독일 펠클링엔 제철소의 모습이 담겨있다. 오랫동안 방치 돼 녹이 슨 기계와 이를 감싼 초록의 덩쿨이 무성하다.

‘따지고 보면 철 또한 자연의 일부이다/산업을 이끌면서 문명에 흡수되며/상처의 붉은 내력을 흙으로 전송한다’-‘늙은 제철소’ 부분

이우걸 시조시인은 ‘어둠에 대한 통찰’ 제하의 작품 해설에서 “좋은 시를 확인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도 된다. 두 세 편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나는 10여년 전에 그런 신춘희 시인의 시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폭포수 같은 문기(文氣)를 보여주는 시인”이라고 말했다.

신춘희 시인은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조(1980), 동시(1982), 시(1983)가 당선됐다. 월간문학 시조부문 신인상(1985)도 받았다. 시집으로 <풀잎의 노래> <득음을 꿈꾸며> <중년의 물소리>가 있다. 경상일보 논설실장을 지냈고, 울산이야기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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