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실체·실상을 똑바로 보고
국방력을 키워 ‘힘의 균형’ 유지
국제 동맹·내부 결속에도 만전을

▲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

한반도 평화체제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으로 알려졌던 미·북정상회담이 열린 지 1년이 지났다. 그간 한국에는 북한과의 왕성한 교류가 곧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 이들이 많아졌고 심지어 통일 후의 사업구상까지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제반 상황을 종합해 보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더구나 통일은 고사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관련해 미래 우리 국민의 안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전문가는 아니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몇 가지 생각해 본다.

먼저, 북한의 실체를 똑바로 봐야 할 것이다. 북한 주민은 우리와 같은 민족이긴 하나 안타깝게도 그 정권은 ‘6·25’라는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키고, KAL기 폭파와 천안함 폭침 등 많은 도발을 일삼았으며, 특히 막대한 경제지원을 받으며 대화를 하면서도 뒤로는 핵을 개발해 온 집단이다. 문 대통령이 2017년 ‘신 베를린선언’으로 대화를 제의했을 때도 ‘잠꼬대 같은 궤변’이라고 비아냥거렸었다. 대화모드로 나온 것도 국제제재 결과 그 만큼 궁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대화를 위한 노력은 해야겠지만, ‘동일 민족’이라는 굴레에 빠지는 소위 ‘낭만적 민족주의’로 임해서는 우리가 바라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다음은, 국방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 두 가지 측면에서 필요하다. 우선, 협상을 하면서도 힘이 기울면 공정한 협상이 될 수 없고, 협상이 결렬되고 힘으로 나올 경우 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개인이나 기업이 아니라 바로 국가 즉 국민의 안위가 걸린 문제다. 국방력에는 장비·시설과 시스템 그리고 중요한 군인들의 사기와 기강을 들 수 있다. 공격용이 아닌 방어용인 성주 ‘사드’가 아직 배치되지 않고 있고, ‘남북군사 합의’에 따른 일련의 조치들이 성급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또한 실전에 대비한 훈련도 중요한데 매년 실시하던 한미연합훈련을 단독으로 하고 특히 ‘공격’을 뺀 ‘방어’ 연습만 했다는데,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왜 생겼는가? 김정은도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진정한 평화와 안전이 보장된다는 철리를 명심하라”고 했다지 않는가?

세번째는 우방국과의 확고한 동맹체제 유지가 필요하다. 북핵문제는 단순히 남북간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문제화되었다. 핵과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미국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더 초점을 맞추면 동맹국인 미국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만약 문제가 생기면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곳이 과연 어디인가? 그런데 안타깝게도 최근 미국의 정·관계에서 한국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고 한다. 일본도 우리에게 크나큰 죄를 지은 것은 사실이나 현 국제정세 속에서 장기적으로 국가의 안위를 생각하면 관계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대북정책을 추진하면서 최근 내·외의 비판을 많이 받고 있는 안보·외교정책과의 연관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국가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끝으로, 내부결속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내부의 혼란이 국가 흥망을 결정지은 사례가 많다. 우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대북·외교 정책을 수립해 내부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다음 국민들이 확고한 국가관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며 어제가 ‘6·25’ 발발 69주년이 되는 날인데, 국민들에게 메스컴이나 행사 등을 통해 홍보하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적어도 6월 만큼은 전쟁의 참상과 국민의 마음가짐 등에 대해 홍보해야 하는데 지상파 방송에서 항일운동에 대해서만 보도한다. 그러니까 6·25가 뭔지 모르고 심지어는 남한이 북침한 것으로 아는 국민까지 생기는 것이다.

영국의 처칠은 저서 <제2차 세계대전>에서 2차 대전의 가장 큰 원인은 나치 독일의 팽창정책이지만 영국과 프랑스 정치인들이 독일이 전쟁준비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평화’를 내세워 국민을 안심시키고 표를 얻는 데에만 몰두한 책임도 크다고 했다. 과연 우리는 시간과 공간이 바뀌었으니까 무시해도 되는 표현일까? 핵을 가진 상대방이 있는 분단국가에서….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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