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공모전과 로컬시네마, 그리고 울산의 글로컬라이제이션

▲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공연예술학부 겸임교수

천편일률화된 영화산업 자구책으로
세계·지역화 글로컬라이제이션 등장
로컬시네마, 활발한 지역화의 산물
집단지성 통한 고급콘텐츠 제작 기회

영화는 산업인가, 예술인가? 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영화의 주도권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양되면서 영화의 위상은 예술에서 산업으로 전환되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대중문화예술은 예술성과 상업성을 구분하지 않았다. 대중음악과 인디음악의 앨범 판매량은 비슷했고, ‘좋은’ 영화는 ‘잘 팔리는’ 때였다.

1990년대에 미국 영화평론가들의 헤게모니가 한국으로 이동하면서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그 즈음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들이 국내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영화의 제작시스템은 일제 영향의 도제식이었는데, 영화 ‘판’의 학력이 높아지고 해외유학파들까지 가세하면서 분업화, 전문화, 그리고 산업화가 가속되었다.

이에 따라 기획 단계부터 관객 타깃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관객도 염두에 두는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을 고려했고, 해외의 자본이 한국영화 제작에 투자되었다. 이러한 추세는 할리우드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곳이라면 예외가 없었고, 영화는 월드와이드웹(www)만큼 국적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칸영화제가 할리우드의 상업주의에 편승함으로써 자존심을 버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인도나 중국처럼 자체 소화하거나 일본처럼 영화산업이 정체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할리우드 스타일을 따라갔던 것이다. 전세계가 천편일률화 되어가는 데 대한 우려와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자국 영화 보호를 위한 자구책으로 나온 것이 로컬라이제이션(지역화) 바람이었다.

이에 세계영화산업의 거대자본은 글로컬라이제이션(세계화와 지역화의 합성어)을 통해 한 국가의 콘텐츠를 세계화하거나, 전지구적으로 융통되는 콘텐츠를 특정 문화권에 맞춤 제작하는 지역화 방식을 택했다. 전자가 한국의 ‘올드 보이’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된 것이라면, 후자는 우리 영화 ‘수상한 그녀’가 ‘내가 니 할매다’로 베트남 영화가 된 것이다.

지자체 시행 이후 지역의 정체성 확립과 홍보의 일환으로 각 지방정부는 영상제작에 관심을 가지면서 스마트기기·통신 환경에 걸맞은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왔다. 부산, 양양, 전주, 제주 등은 관 주도로 영화·영상예술 지원을 확대하면서 영화인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을 주축으로 해당 지역의 콘텐츠를 소재·주제로 삼는 지역영화들을 제작하면서 최근 로컬시네마라는 장르를 형성했다. 이는 적극적인 지역화의 형태로서, 전술한 목적 달성은 물론 상업화 일로의 한국영화산업에 새로운 대안과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로컬시네마란 개념이 구체화된 것은 2010년대 초반 한국인 감독이 할리우드 영화 제작 참여에서 참패했던 당시, 제주의 저예산 지역영화가 상대적으로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부터였다. 손익분기점을 가뿐하게 넘겼을 뿐만 아니라 지역민에게는 자긍심을, 지역 홍보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그리고 작품성 면에서도 인정을 받은 영화들이 탄생했던 것이다.

지역영화·영상은 지방정부가 용역을 통해 제작하기도 하지만 공모전을 활용하기도 한다. 직접제작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콘텐츠를 확보하거나 전국 규모의 공모전을 통해 해당 지역에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행되어온 울산시와 관내 기업의 울산 주제 영상 공모전 개최는 집단지성에 의한 고급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고, 응모자들에게는 울산을 알게 하는 계기가 된다. 공모전의 범위를 장편 극영화로 확장해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로컬시네마를 통해 전국을 대상으로 울산의 정체성 확립과 지역 홍보를 추구하는 것이 바로 울산의 글로컬라이제이션이다.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공연예술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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