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서영 동평초등학교 교사

얼마 전 일이다. 우리 반 지영이(가명)와 나은이(가명)는 말싸움을 심하게 한 일이 있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선생님이 교실에서 스티커를 가지고 와서 붙이는 것을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나은이가 가지고 왔고 그걸 지영이는 지적을 한 것이다. 이러는 와중에 나은이는 아직 붙이지는 않았으니 참견 마라고 쏘아붙였고 그렇게 말싸움을 하며 서로 다툰 모양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에 나는 이렇게 해결한다. 둘 다 함께 불러서 각자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에게 잘못한 것을 이야기하라고 한 다음 먼저 심한 말을 한 사람을 꾸짖고 사과를 하게 한다. 그리고 서로 화해를 권할 것이다.

그럼 아이들은 대부분 수긍은 할 것이나 이런 방법은 전적으로 교사 중심의 응보적 관점의 생활지도이다. 아이들의 감정의 상태, 속상함을 세밀하게 다루어 주지 못했고 진정성 있는 화해는커녕 일방적으로 사과를 지시한 꼴이 된 것이다.

요즘 회복적 생활교육에 관심이 많다. 학교의 수업은 벌써부터 학생 참여 중심 교육과정의 적용으로 학생 맞춤형 교육이 정착되고 있다. 이와 맥락을 같이 하여 생활지도에서도 학생 중심의 관점의 변화가 반영되고 있다. 특히 회복적 생활교육은 교육청에서 강력하게 추진하는 사업 중의 하나로 교사 연수와 학생 동아리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회복적 생활교육이란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지만 결국 문제보다 사람에 집중하는 것이다. 즉, 가해학생의 문제행동에 대한 처벌 중심의 응보적 관점으로 보지 않고 학생들이 겪은 피해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함께 논의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감정과 관계도 회복된다는 점으로 기존의 응보적 관점과는 패러다임을 달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해 보았다. 방과 후 지영이와 나은이를 각각 상담을 하였다. 현재 기분은 어떤지, 어떤 이유에서 그랬는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 나누었다. 그리고 서로 만나 서로가 원하는 것이 수용 가능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인지 합의의 과정을 거쳤다. 나는 이야기를 살짝 거들어 줄 뿐 대화는 서로가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시작한 지 1시간, 최종 합의의 내용은 ‘서로 잘못이 아니면 참견하지 않는다. 스티커는 학교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친구가 이야기하는 것은 일단 들어준다.’였다. 평소 내가 한 이야기와 결론은 다르지 않지만 회복과 치유의 과정은 정반대의 결과가 된 것이다. 이후 비슷한 문제로 지영이과 나은이는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글로 표현하니 간단하지만 실제로 교실에서 적용하니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우선 마음과 달리 문제상황을 즉각적으로 처리할 수 없고, 무엇보다 시간이 부족했다. 물론 관련된 지식과 노하우도 부족하다. 그래서 연수도 받고 책도 사보면서 회복적 생활지도를 위한 역량을 키우고 있다. 새삼 배움은 끝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어찌 됐든 꾸준히 추진되고 있는 학교업무정상화로 교사들의 시간이 학생들과의 소통과 이해의 시간으로 회복되길 바라본다. 김서영 동평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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