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국가 제조업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석유화학산업은 공업용수를 많이 사용하는 업종이다. 그러므로 공업용수의 안정적인 수급은 기업 경쟁력은 물론, 나아가 국가 경쟁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석유화학 3형제(울산, 여수, 대산) 중 맏형인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대다수의 기업은 낙동강 원수를 공급받아 자체적으로 추가 수처리시설(이하 ‘물공장’)을 통해 원수를 재처리한 후 공정수나 냉각수 등 공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겨울철의 낙동강 원수 수질이 기후변화에 따른 극심한 가뭄으로 상당히 악화되었다. 그래서 기업은 양질의 공업용수를 사용하기 위해 원수에 포함된 불순물 및 이온을 처리하려면 그만큼 더 시간이 걸린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 겨울에는 양질의 공업용수 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공장 가동률을 줄여야할 위기까지 맞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선 각 회사별로 물공장을 증설해야 한다.

한편,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는 입주기업들이 자체적인 수처리에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이에 수자원공사는 각 기업 간에 긴밀한 협의를 통해 맞춤형 공업용수 통합공급시설(이하 ‘통합 물공장’)을 구축했다. 그리고 운영 협약을 체결하여 2012년 8월부터 고품질의 공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공업용수 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석유화학단지는 대산석유화학단지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최근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열린 화학네트워크포럼에서는 공업용수 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낙동강유역환경청에 통합 물공장 구축을 건의했다. 통합 물공장이 구축되면 원가경쟁력 강화, 안정적 용수 확보, 유지관리비 절감, 인력운영 효율화, 각 공장 신규증설 부지 확보 등이 용이해지는 다양한 시너지효과가 있기 때문에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담았다.

작년에 석유화학 8개 회사 11개 공장이 사업예정자와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부곡·용연지구 내 산업단지 조성계획이 늦어짐에 따라 다소 차질을 빚고 있다. 그 원인은 전용공업용수도 설치인가 지연과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민원 문제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통합 물공장을 추진하다가 중단한 사례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조기에 공업용수가 공급되도록 설치 인·허가권자인 울산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현재 본 사업 추진의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저렴한 가격의 부지 확보다.

또한, 공업용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하기 때문에 장기공급계약도 필수로 이루어져야 한다. 용수 공급가격이 수자원공사가 공급하는 정수 가격과 동일한 수준이 되면 수요처에서 별도의 처리과정 없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원가절감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하다. 그리고 고정사용료는 이미 2013년에 수요처와 협의한 금액과 동일하게 받되, 향후 용수 공급기간 동안 전혀 인상하지 않는다는 약속도 받으면 좋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고정사용료가 인하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현재 울산시에서 개발 중인 부곡·용연지구에 통합 물공장 설치 필요성을 RUPI사업단에서 지속적으로 요청하였으나 아직 구체적인 진척 사항이 없는 실정이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울산시에서 적극적으로 부지개발과 통합 물공장 설치를 위한 행정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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