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구청 공무원들과 공모해 공약·선거 홍보물 작성…유죄 인정”
김동식 서울시의원·천준호 민주당 지역위원장도 벌금형

지방선거 홍보물 제작과 공약 작성에 구청·구의회 공무원들을 동원한 혐의를 받는 박겸수(60) 강북구청장이 1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마성영 부장판사)는 2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구청장의 선고 공판을 열고 이같이 판결했다.

박 구청장은 지난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강북구청장으로 재직하며 구청 공무원들에게 책자형 선거공보물과 로고송 시안, 공약 관련 문건 등을 제작해 보고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박 구청장의 수행비서 김모씨는 공무원직을 유지한 채 구청 공무원들과 수시로 연락하면서 선거 관련 자료를 받은 뒤 박 구청장에게 전달했다”며 “피고인들이 구청 공무원들과 공모해 선거 관련 홍보물 제작이나 공약 작성을 한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과 더불어 재판에 넘겨진 김동식(60) 서울시의원과 천준호(48) 더불어민주당 강북구갑 지역위원장은 각각 벌금 400만원,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강북구의회 전직 의장인 김 의원은 지난해 5월 지방선거 공약을 기획하고 선거공보물 초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강북구청·구의회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김 의원 측은 이에 대해 공무원들이 만든 공약 관련 사업계획서는 구청 홈페이지 등에 나온 내용을 단순히 취합한 것이며, 구청 공무원들은 단순히 자신을 도와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시기와 피고인들의 지위 등에 비춰볼 때 김 의원은 공약 검토를 요청했으며, 이를 수행한 공무원들도 요청이 있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해 선거운동 당시 배포한 홍보물을 통해 “수유3동 복합청사 건립 예산 116억원을 확보했다”는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3선 구의원으로서 강북구의회 의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예산 ’편성‘과 ’확보‘가 무엇을 뜻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면서 “예산이 55억 원만 확보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116억 원이 확보됐다고 한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 공표”라고 판시했다.

천 위원장도 같은 시기 한신대 연구원 A씨에게 강북구청 소속 공무원 B씨를 소개해 공약 관련 검토를 맡긴 혐의로 A씨, B씨와 함께 기소됐다.

재판부는 또 A·B씨를 비롯해 강북구청·강북구의회 직원 등 사건에 연루된 나머지 7명에 대해서는 각각 20만원∼3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다른 공무원 1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이달 초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 구청장과 김 의원에게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공직선거법 제264조에 따르면 선거 당선인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될 경우 당선이 무효가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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