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도시에서 책읽는 울산으로
(2) 국내외 눈길 끄는 서점 탐방-④ 일본 북스큐브릭·게이분샤·세이코샤

▲ 영국 가디언이 선정한 세계 10대 서점 중 하나인 ‘게이분샤(惠文社)’ 이치조지점.

■ 후쿠오카 북스큐브릭
호기심을 해결해줄 책위주로 선정
매달 2~3회 북콘서트 등 이벤트도
커뮤니티 공간·공동체 거점 기대

■ 게이분샤 이치조지점
英 가디언 ‘세계 10대 서점’ 선정
동네와 함께 성장 ‘소통의 구심점’

■ 교토 새 명소 세이코샤
호리베 아쓰시 게이분샤 전 점장
2015년 교토 외곽에 작은 서점 열어
같은 기호의 사람들과 책으로 교감

전 세계적으로 서점은 감소 추세에 접어들고 있다. 다만 각 서점의 기능은 다양성을 추구하며 세분화되는 추세다. 단순하게 책을 구매하는 가게가 아닌, 지역 주민의 문화공동체 공간이 되고, 지역 문화 발신지가 되는 것이다. 이같은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서점이 두 곳 있다. 일본 내 작은 골목에 위치한 후쿠오카 북스큐브릭과 교토 세이코샤다. 두 서점은 겉보기에 매우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결국 그들의 지향점은 독서문화 저변확대로 모아진다.
 

▲ 게이분샤 이치조지 점을 만든 전(前) 점장 호리베 아쓰시가 교토 변두리에 오픈한 작은 서점 ‘세이코샤’.

◇가정과 직장 사이, 제3의 장소

“지역에서 문화적인 중심지는 서점이 아닐까요. 25년 전 한 이탈리아 철학자가 ‘인간에겐 가정과 직장 사이 서드 플레이스(third place·제 3의 장소)가 필요하다’고 말했죠. 일본에선 그게 서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후쿠오카에 위치한 북스큐브릭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장소를 꿈꾼다. 그래서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베스트셀러보다 ‘발견의 기쁨’을 주는 책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이 미노루 북스큐브릭 대표는 “너무 전문적인 책과 어디에나 있는책 그 중간 어디쯤이 기준이다. 일반 사람이 일상생활 중 만나게 될 호기심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책을 위주로 선정한다”고 말했다.

이곳을 방문하던 날에는 후쿠오카 출신의 시인의 토크쇼가 열렸다. 한달에 2~3번 북콘서트와 같은 이벤트가 진행된다.

또 북스큐브릭 대표인 오이 미노루씨는 매년 가을마다 이 일대에서 개최되는 북쿠오카(북+후쿠오카)라는 북페스티벌 기획자다.

북쿠오카는 후쿠오카 지역 서점 주인들과 애독가가 모여 실행위원회를 설립하고 2006년부터 매년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11월3일로 예정돼 있다. 축제 참가자들은 중고책을 박스에 담아 거리에서 책을 사고 판다. 판매자는 100여명, 축제를 찾는 총 인원은 1만여명이다.

축제 추진비는 지자체나 기업체의 후원을 받지 않고 스스로 조달한다. 이벤트 입장료나 출판사 광고, 저자 토크쇼 등으로 수입을 낸다.

오이 미노루 대표는 “일본도 책방이 도쿄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지방일수록 서점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축구꿈나무 육성처럼 독서인구도 어릴때부터 육성돼야 한다”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이 공간을 찾고, 옆사람과 이야기 하면서 커뮤니티 공간 혹은 공동체 거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후쿠오카에 위치한 서점 ‘북스큐브릭’.

◇문화의 발신지가 된 서점

일본 교토에는 영국 가디언이 선정한 세계 10대 서점이 있다. 바로 게이분샤(惠文社) 이치조지점이다. 이곳은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거센 공세 속에서 작은 동네 서점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동네와 함께 호흡하고 성장하는 ‘소통의 구심점’이 됐다. 가디언도 이 점을 높이 샀다.

오늘날의 게이분샤 이치조지 점을 만들어 낸 전(前) 점장이자 현재 교토의 새로운 명소로 급부상한 서점 세이코샤의 점주 호리베 아쓰시를 만났다. 그는 왜 게이분샤를 떠났을까.

호리베 아쓰시 대표는 “작은 가게에서 사람들과 지식을 나누는 것이 좋았다. 큰 가게로 바뀌면서 서점 본연의 기능을 잃어가는 것이 싫었다”고 했다.

세이코샤는 2015년 문을 열었다. 미술, 예술,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갖추고 있다. 구체적인 답이 정해진 실용서가 아닌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려운 책 위주로 진열한다.

호리베 아쓰시 대표는 “아무나 오기보다, 일부러 찾아오길 바란다. 같은 신념과 목적, 기호를 가진 사람들과 책을 통해 교감하고 싶다. 그래서 일부러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에 자리를 잡았고, 책을 사서 커피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커피숍 옆을 택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인터넷이나 대형 서점을 찾으면 된다. 이 서점은 반대다. 책은 읽고 싶은데 딱히 목적한 책은 없지만, 그곳에 가면 내가 만족할만한, 내가 찾던 책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이 서점을 방문하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내가 갖추고 싶은 책이 손님이 원하는 책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잠재고객들이 어떤 책을 원할지 고민하면서 책을 선별한다”고 말했다.

배짱 장사를 하는 이 서점 운영이 과연 순탄할까. 기우에 불과했다. 이 서점의 한달 매출은 300만엔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3000만원. 이 중 30%를 순수익으로 잡으면, 월 수익이 1000만원이나 된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9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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