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순목 울주군 삼남면 주민자치위원회 고문

이제 몇 일 있으면 주민들이 뽑은 면장이 울주군 삼남면장으로 부임하게 된다. 언론에 공포되었던 것처럼 지난 6월25일 삼남면민 주민투표인단에 의해 면장후보자를 대상으로 주민투표가 있었고 최다 득표자였던 면장후보자가 인사위원회를 통과했다. 필자는 이쯤에서 쉽고도 어려운 것이 주민주권이란 생각을 해 본다.

읍·면·동장의 직선제는 1956년 해방 후 아직 국가의 기틀이 제대로 세워지지 못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민주주의와 풀뿌리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주민의 손으로 읍·면·동장을 뽑았으나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정권의 독제 체제하에서 직접 선출은 번번히 무산되고 오늘날까지 임명제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제는 시대가 변화했고 이에 부응해서 이선호 울주군수의 용단과 열린 마인드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던 것으로 아마도 군수께서는 울주군 12개 읍·면 중 가장 다이나믹하게 발전되어야 하는 곳이 삼남면이기에 참신한 생각과 열정을 갖춘 능력 있는 면장을 보직해야 하겠다는 의도에서 이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본다.

이번 선거의 패널로 참여한 필자로서는 개인적으로 우려하였던 “이번 선거가 사무관 승진의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을까? 과연 유능한 후보자가 출마할까? 선거 과열로 주민들 간에 불협화음은 없을까?”하는 걱정들은 투표장의 열기와 함께 기우(杞憂)로 끝났다.

가장 큰 성과는 내 마을의 수장을 주민의 손으로 뽑는다는 주민자치의 실현과 주민들의 주인의식과 애향심이 더욱 고취되고, 행정행위에 대한 주민의 관심도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 한편으로는 모든 후보자가 자질과 능력을 겸비했었지만 면민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가장 우수한 후보자가 선출된 것은 지·학·혈연 등을 넘어서는 삼남면민의 현명하고 높은 의식수준을 보기도 하였다.

단지 아쉬움이 있다면 문호를 넓히는 차원에서 좀 더 많은 후보자가 응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으면 하며, 현행법상 인사위원회 결정 후 발표할 수 밖에 없는 투표결과를 지역잔치의 측면에서 개표후 바로 발표되었으면 하며, 유권자의 수를 널려서 더 많은 주민들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번에 고배의 잔을 마신 낙선자에게 페널로 함께했던 필자가 꼭 하고싶은 말은 실패한 도전 자체가 아름답게 보였으며 앞으로도 유능한 공무원으로서 자기가치 실현을 포기하지 않고 이번 도전의 용기를 살려서 매진하길 기대한다.

본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의 보장과 공약사항 실현을 위한 예산의 특별지원, 직원 추천권, 행정의 연속성과 책임성 보장을 위한 임기보장 등 좀더 많은 관심을 상급행정기관에서 가져 주길 기대한다.

끝으로 면장 주민추천제가 주민주권과 자치 구현을 위한 시작인데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잘 정착되어 울주군 전체로 확대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박순목 울주군 삼남면 주민자치위원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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