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국민 신뢰회복에 집중
정부도 갈등 부추기기 삼가고
軍·사법부 등은 소임에 힘써야

▲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

얼마나 잘 하느냐가 중요하지 ‘기본’을 거론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인체로 치면 뇌와 심장, 허파 등 주요 장기들이 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어, 주요 기관별로 생각해 보기로 한다.

먼저 국회. 삼권을 분립시킨 이유는 상호간에 견제와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헌법은 국회에 법률제정권과 예산심의·확정 권한 등을 부여하고 있는 데, 국회는 행정부로부터 벗어나 자율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며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는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회의 모습은 어떤가? 어느 정도 행정부로부터 자율성을 가지고 있으며, 얼마나 국가정책을 심의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가? 국회의원들은 선거를 의식한 지역구 챙기기나 정권쟁취를 위한 투쟁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 속에서 진정 국가의 미래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할 것이다.

다음은 정부(자치단체). 한마디로 법을 집행하는 기관인데,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정책을 집행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복지수준을 높여나가는 기관이다. 한편, 현대 행정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가 갈등 관리이다. 그런데, 정부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경우가 많다. 동남권 신공항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 5개 시·도 합의하에 2016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에 용역을 의뢰하여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나서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부·울·경 단체장이야 그렇다 치고(그래서는 안되지만) 국토부장관이 지방의 건의가 있다고 해서 결정된 방침을 번복하고 총리실로 공을 넘겼다. 영남권의 민심이 양분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지방의 경우는 단체장 치적을 위해 무리한 사업이나 이념에 편향된 정책을 집행하는 일이 많다. 예를 들면, 포천시가 54억원을 들여 ‘김일성 별장’ 복원을 하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계획을 철회했었다. 54억원이면 하루하루를 근근히 살아가는 시민 몇 명의 생계비가 될까? 또, 큰 비판을 받고 있는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도 마찬가지다. 과연 정신들이 온전한가? 어떤 정치이념을 갖고 있든 행정가로서의 본분을 지켜야 할 것이다.

다음은 군(軍). 군은 행정부에 속하지만 국민의 안위와 직결되고 최근 논란이 많아 별도로 한다. 대다수의 군인은 지금도 무더위 속에서 국방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성향의 군인들이 문제다. “김정은은 자유민주사상에 접근한 상태” 어느 종북론자의 말처럼 들리는 이 말은 직전 국방장관의 말이다. ‘남북평화를 지키는 것은 군사력이 아닌 대화’ 가당치도 않은 이 표현은 국방부가 발행하는 국방일보의 머리기사다. 군인들이 이런 걸 보고 무엇을 생각했겠나? 김정은은 ‘강력한 힘’을 말하는데 우리는 ‘대화’로 하자니…. 로마의 역사를 그린 대작 <글래디에이터>의 주인공 막시무스는 새 군주에게 충성하라는 말에 “나는 로마에 충성할 것”이라고 했다. 정권은 수시로 바뀐다. 그러나 국가는 영원해야 하기에 정치인들은 ‘평화’를 말하더라도 군은 언제나 ‘전쟁’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사법부. 법원은 국민의 권리를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다. 법관은 임용받을 때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할 것’을 선서한다. 즉, 심판의 근거는 법률이어야 하고 양심도 어떤 이념을 가지고 있든 법관으로서의 양심에 의해야 하며 사실상 그렇게 해 왔다. 그러나 일부이긴 하지만 판결에 정치성이 가미되고 있다. 어느 판사는 “재판이 곧 정치”라 말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지난 해 퇴임한 전 울산지법원장의 “판사는 헌법을 보고 나아갈 길을 정해야지 콜로세움에 모인 관중의 함성을 듣고 길을 정해서는 안 된다”는 너무나 당연한 멘트가 기사화되었을까?

필자를 포함한 국민은 법규를 지키고 각자의 일에 충실하면서 국가와 지방의 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의사를 표현해야 할 것이며, 특히 선거 때는 유권자의 권한을 보다 신중하게 행사해야 할 것이다.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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