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일로를 걷고 있던 울산시 중구 원도심은 ‘문화도시’를 정체성으로 내세우면서 사람들이 찾는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상권활성화라는 오랜 과제도 어느 정도 해결돼가고 있다. 여기에다 2019년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되면서 외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여유공간 없이 꽉 짜여진 오래된 도시로서 규모있는 새로운 관광시설을 유치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다행히 잘 만든 캐릭터인 ‘울산큰애기’를 앞세워 원도심 특유의 문화와 이야기를 입혀 보고·듣고·공감하는 관광에 치중하면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럼에도 원도심을 찾는 관광객들이나 주민들의 눈에 거슬리는 빈 건축물이 적지 않다는 점은 심각한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그중 대표적인 건물이 크레존(옛 상업은행) 건물이다.

크레존은 2002년 지하 1층~지상 8층 규모에 7관짜리 영화관과 음식점 등을 갖춘 복합문화시설로 착공했으나 2007년 공정률 80%에서 공사대금 지불 문제 등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도시재생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심에 일대에서 가장 큰 건축물이 12년째 폐건축물로 애물단지가 돼있는 것이다. 중구는 문화시설로 재개관하는 것을 목적으로 매입을 검토한 적이 있으나 소유주와 채권자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법을 찾지 못했다.

중구가 새롭게 꺼내든 카드는 국토부 주도의 ‘제5차 공사중단 건축물 선도사업’이다. 크레존은 ‘제5차 공사중단 건축물 선도사업’의 목적에 부합한다. 크레존과 불과 100여m의 거리에 시립미술관이 들어서고 이미 H자 문화육성거리에 수많은 문화공간이 조성돼 있기 때문에 크레존의 재생은 ‘공사중단 건축물로 인한 위해요소를 제거하거나 공공주도 관리 및 정비로 도시미관 개선 및 경기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선도사업의 취지에 딱 들어맞는 것이다.

문제는 국토부와 공동사업자인 LH다. 국토부와 LH는 그동안 전국에 21건의 건축물 선도사업을 해왔다. LH가 이익추구를 우선시할 경우 크레존의 복잡한 소유구조와 향후 사업성 등에 어떤 평가를 내릴지는 미지수다. LH는 울산에서 우정혁신도시사업을 통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이윤을 창출했음에도 태풍 차바 재해, 제기능을 못하는 중심 도로, 턱없이 부족한 주차공간 등으로 시민들의 높은 불만을 사고 있다. 이는 LH가 크레존의 재생사업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혁신도시와의 연계성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건물인만큼 크레존 재생을 통해 울산시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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