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 남목중 교사

2016년 5월에 개봉한 영화 ‘곡성’은 7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불러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연일 보도되는 기사들이 눈길을 끌긴 했지만 영화를 보고 온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호기심을 더 자극했다. 정말 무섭다며, 단순히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며, 며칠이 지나도 계속 영화의 여러 장면들이 떠오른다며, 그러니까 극장에서 막을 내리기 전에 얼른 가서 보라던 권유는 단 한 마디의 말로 마무리되곤 했다. “강추!”

당시 두 돌도 되지 않았던 아이를 급히 재우고 보러 갔던 ‘곡성’은 명불허전이었다.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 같은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에다 일본 중견 배우 쿠니무라 준의 기괴한 존재감까지. 그 가운데 극 중 곽도원의 딸로 등장한 김환희의 연기는 아빠를 노려보며 외친 대사와 함께 수많은 화제를 뿌렸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억양이 거센 전라도 사투리였다. 표준어로 풀이하자면 무엇이 중요한데? 무엇이 중요하냐고? 란다.

무엇이 중요할까? 영화 이야기로 시작한 오늘의 글에서 풀어내고 싶은 주제는 매년 교사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한 다면평가와 성과상여금에 대한 것이다. 2016학년도부터 개정된 현재의 다면평가는 학교별 기준을 마련하여 점수를 계산하는 정량평가와 수 명의 다면평가자들에 의해 점수가 매겨지는 정성평가로 구성되어 있다. 평가가 완료되면 정량평가 80%, 정성평가 20%의 비율로 다음해 5월경 지급되는 성과상여금의 등급이 결정된다. 50~100% 중 학교장이 결정한 차등지급률에 따라 교사들에게는 개인이 평가받은 등급만큼의 성과상여금 금액이 지급된다.

통상적으로 업무 담당자는 정량평가 기준 마련을 위한 위원회가 진행되기 전에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수업 지도, 생활 지도, 업무 곤란도 등 근무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은 수렴된 의견을 검토한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촘촘한 수치들로 환산된다. 일주일동안 몇 시간의 수업을 하는가, 여러 학년을 수업하는가, 담임교사인가, 비담임 교사인가, 특별히 어려운 업무를 맡고 있는가 등이 여느 학교에서 공통적으로 정량평가 기준에 포함하는 수치들일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매년 최종 결정된 정량평가 기준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교사들이 학교에서 살아내는 시간은 수치로 모두 환산 될 수 있는 걸까? 수업하는 시간과 학년으로 점수를 매기고, 담임교사니까 몇 점을 더 주고, 힘든 업무 했다고 몇 점을 또 얹어주고. 그렇게 매긴 합산 점수는 지난 1년 동안의 교육 성과와 얼마나 큰 관련이 있을까? 우리의, 교사들의 성과는 과연 그렇게 매긴 점수로 판단할 수 있는 걸까?

올해 5월에도 통장에 선명히 찍힌 입금액을 보며 누군가는 뿌듯해하고, 누군가는 절망했을 것이다. 염두에 둘 것은 ‘성과상여금의 등급=나라는 교사의 등급’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바라건대 하루라도 빨리 성과상여금이 모든 교사들에게 균등하게 지급되었으면 한다. 그래야만 모두가 동등한 입장이라는 전제 아래 대체 ‘뭣이 중헌디?’를 고민해보고 더 나은 학교를 만드는데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악을 피한 차선으로 마련된 다면평가의 기준은 뭣이 중헌지에 대한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 이정현 남목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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