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가 31억 ‘백자달항아리’ vs 85억에 낙찰돼 韓 미술 최고가 찍은 김환기 ‘전면점화’
이태호 명지대 초빙교수

▲ 지난 1일 CK아트홀에서 열린 제9기 경상일보비즈니스컬처스쿨에서 이태호 서울산수연구소 소장이 ‘조선후기 백자달항아리와 수화 김환기 회화세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이태호 교수는 5년 전 <한국미술사의 라이벌>에서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 이중섭과 박수근 여덟 작가를 각각 쌍벽으로 대조해 설명했다.

한국문화사의 격동기인 18~20세기 회화 동향을 네 쌍의 라이벌 구도로 기획해 재미와 감동으로 버무린 것이다.

지난 1일 BCS 특강에서 이 교수는 여기에 더해 지난달 서울옥션경매에서 31억원에 낙찰 돼 한국도자예술 작품가를 경신한 ‘백자달항아리’와 지난해 5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85억원 낙찰(전면점화 ‘3-Ⅱ-72 #220’)로 한국미술 최고가를 찍은 수화(樹話) 김환기의 작품을 나란히 비교 해 들려줬다.

▲ 31억원에 낙찰된 백자달항아리(조선시대 백자대호)

이 교수는 “앞서 여덟 작가를 관통하는 회화의 흐름은 완벽하고 세련된 정제미를 추구하기보다 꾸밈없이 자연스러운 간결함을 선호한다. 시대를 대표하는 한국미술을 돌아보면, 집약점은 역시 ‘조선적인 멋’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한발 더 나아가 수화 김환기로 완성되는 한국미의 정체성은 백자 달항아리의 조선미로부터 비롯됐다”며 “달항아리 시대부터 김환기 시대까지 추구했던 조선미야말로 한국미의 꽃이자 중심인 만큼 조선 후기부터 근현대까지 300년 전체를 대표하는 최대 라이벌은 백자 달항아리 도공과 김환기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달항아리’(백자대호)는 눈처럼 흰 바탕색과 둥근 형태가 보름달을 닮았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교수는 미술사학자 고 최순우의 표현을 빌려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둥그런 원을 그린 것도 아닌 이 어리숙하면서 순진한 아름다움을 찬미하게 된다”고 말했다.

달항아리는 규모가 커서 한번에 물레로 만들기 어려워 위와 아래의 몸통을 따로 만들어 붙인다. 김환기는 달항아리를 무척 사랑했다.

▲ 김환기‘산월’

이 교수는 “김환기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달항아리가 이같은 사실을 잘 보여준다”며 “김환기가 그토록 달항아리를 사랑해 자기 예술의 멘토로 삼았던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산 위에 뜬 짙푸른 달이 달항아리의 자태를 연상케 하는 김환기의 유화 ‘산월’을 보여주며 “달항아리와 김환기의 작품이야말로 ‘한국미술사 최고의 절정’을 상징하는 라이벌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김환기의 작품세계를 서울시대(1945~1955), 파리시대(1956~1959), 다시 서울시대(1959~1963), 뉴욕시대(1963~1974)로 크게 구분해 설명했고, 작가의 삶 속에 켜켜이 숨어있는 예술과 감성 스토리를 화보와 함께 풀어내 큰 호응을 이끌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