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암공원이라는 이름은 2002년에야 만들어졌다. 잠깐 울기공원이라는 이름을 갖기는 했으나 대왕암과 솔숲, 청소년수련원을 포함한, 지금의 대왕암공원 부지를 통칭해 울기등대라 불렀다. 자연이 아름답기로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찾는 사람은 수십배 늘었다. 울산에서 가장 손꼽히는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한때 공원의 이름을 대신했던 울기등대는 정작 관광객들의 관심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울기등대가 공원내 그대로 자리하고 있음에도 담장을 두르고 있어 접근이 어렵다는 것이 이유의 하나이다.

울기등대의 개방을 두고 울산동구청과 울산지방해양수산청이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현재 대왕암 공원 산책로에서 울기등대로 진입하는 입구는 담장과 철문으로 가로막혀 있다. 바다를 끼고 있는 관광지에 있는 등대시설이기에 관광객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지만 기웃거리기만 할 뿐 들어서기는 쉽지 않다. 철문은 항상 열려 있고 ‘들어오지 말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육중한 철문과 담장이 타인의 출입을 금하는 것으로 인식돼 있기 때문이다.

동구청은 몇해전부터 해수청에 울기등대의 담장을 철거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동해남부의 가장 돌출된 지점에 자리하고 있는 울기등대는 전국에서 2번째로 오래된 등대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1906년 6월25일 첫 불을 밝힌 등탑이 그것이다. 오래된 등탑 대신 1987년 12월에 새로운 등탑을 세워 사용하고 있다. 학생시절 배운 ‘등대지기’라는 노래 덕분인지 등대는 그 자체로 관광자원이 되기도 한다. 동구청이 울기등대의 담장 철거를 요청한 것도 그 때문이다. 공원 내에 있는 시설일 뿐 아니라 기왕에 개방을 하고 있으므로 누구나 거부감 없이 쉽게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요구다.

그런데 해수청은 묵묵부답이다. 동구청이 대왕암공원과 관련된 행정조치를 취하면서 해수청에 사전협조를 구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원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동구청이 쓰레기통을 일방적으로 없애버려 등대시설물 내에 쓰레기를 마구 갖다버린다거나 해수청 관계자들의 차량에 대해 주차장 사용료를 면제해주지 않는 등이다. 해수청 말대로라면 동구청의 협의 행정이 아쉬운 대목이다. 동구청과 해수청의 사소한 감정싸움이 결국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할 뿐 아니라 관광활성화를 역행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대왕암공원은 울산관광산업의 전진기지다. 외지에서 울산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가 바로 대왕암공원이다. 대왕암공원이 완전한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동구청과 해수청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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