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문화의 변화는 삶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선진국일수록 폭주하는 사람이 적고 저녁 자리도 일찍 끝낸다. 영국 등 유럽은 오후 5시면 웬만한 가게에서는 셧터 문을 내리고 퇴근해 집에서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밤늦도록 일하는 습관이 배 지금도 50~60대들은 쉽게 사무실에서 자리를 뜨지 못한다. 그리고는 회사 근처에서 저녁 겸 술을 한잔 해야 직성이 풀린다. 12시를 넘겨 퇴근했던 50~60대의 삶은 지금도 한 구석에 DNA으로 새겨져 있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6·25 전쟁이 끝난 후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고도 경제성장과 1997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했으며, 최근에는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경험하는 중이다. 그 한 가운데 술이 자리한다.

그러나 이제 음주문화를 바꾸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대열에 낄 수 없음을 국민들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제2 윤창호법은 우리나라의 음주문화를 확 바꾸는 획기적인 계기라고 할만하다. 이번 제2 윤창호법은 반드시 정착시켜야 하고 그 기반 위에서 새로운 음주문화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울산지역 굴지의 대기업에서는 교대근무에 들어가는 교대조들의 음주출근이 하도 많아 아예 음주측정기를 상시 비치했다. 국내 최대의 산업단지인 울산에서는 화학공장 탱크가 터지고 조선소의 육중한 선체부품이 크레인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비일비재했다. 이 중에는 음주가 원인이었던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제2 윤창호법은 그런 측면에서 길가던 행인 머리 위에 갑자기 선체부품을 떨어트리는 행위를 막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울산의 산업단지의 음주도 문제지만 특히 도로에서의 음주운전은 산업단지 보다 더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일 수 있는 흉기 중의 흉기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최근 일주일 동안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19% 줄어들었다니 다행이다.

이 와중에 술집과 식당 업주들의 아우성은 커지고 있다고 한다. 불경기에 음주단속까지 강화되면서 골목 상인들의 매출이 반토막났다는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혹자는 이 법이 너무 가혹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가혹하기로 말할 것 같으면 음주운전으로 무고한 행인을 치는 범죄보다 더 가혹한 행위가 있을까.

가혹하더라도 음주운전을 근절해야 사회가 살고 나라가 산다. 법이 바뀌고 강력한 처벌이 따르고 난 뒤에는 반드시 더 훌륭한, 새로운 음주문화가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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