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숙 울산광역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

요즘 청소년들이 기성세대를 일컬어 ‘라떼 이즈 홀스’라고 한다.

이는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로 시작해서 청소년은 자기주도성도 없고 자기 결정권도 결여되어 보호해줘야 하는 관상용 나무로 생각하는 어른들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넘치는 에너지를 건강하게 발산해야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래야만 건강한 사회로 구성원들이 행복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육체적으로는 학업에 시달리고 정신적으로는 비교, 따돌림, 폭언, 폭행으로 자존감이 결여된 ‘교복 입은 시민’ 그들이 아프단다.

작년 5월21일 청년기본법이 발의된 이후 청소년은 그야말로 완벽한 샌드위치 층이 되었다. 연령으로 구분하는 기본법에는 학교 안으로 들어가면 교육부 소관이 되지만 학교 밖에서는 아동복지법은 0세~18세 미만으로 보건복지부 소관이고, 청소년 기본법은 9세~24세로 여성가족부 소관이며, 청년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하고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청년기본법은 19세~39세로 규정 되어 1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렇듯 청소년은 아동과 청년의 교집합인 샌드위치 연령층으로, 정부 부서들 간 핑퐁으로 이쪽저쪽으로 치이고 있다. 참고로 이웃나라 일본은 아동은 0세~12세이고, 청소년은 13세~18세이며, 청년은 19세~35세로 명확하게 구분지어 정부관리 부처가 겹치지 않는다.

인간의 일생을 식물로 표현하자면 건강한 씨앗을 심고 싹을 잘 틔워야 한다. 청년이 대한민국 발전의 근간이라면 아동은 그 근간의 씨앗이고 청소년은 씨앗이 틔운 떡잎이지 않을까? 떡잎부터 달라야 건강하고 아름드리 나무로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에도 드디어 청소년회관이 건립된다. 그 동안 광역권에서는 유일하게 청소년회관이 없고 그 흔한 유스호텔도 하나 없어 전국적인 청소년 행사를 유치할 수가 없었다. 몇 해 전 청소년유스호텔을 건립한다는 말이 잠깐 나왔으나 말 그대로 말로 끝나버렸다. 청소년은 정치논리에 의해 정책실행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울산광역시 소관 청소년업무 수행기관들은 20여년 넘게 다른 기관에 더부살이와 임대살이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비좁고 낡아 제대로 업무를 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그나마 희망이었던 교육청울산학생문화회관 입주까지 무산되어 그야말로 갈 곳 잃은 청소년기관들이 청소년지원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염려해야 할 지경이었다.

이에 울산광역시 지자체장과 주관부서의 강력한 의지로 옛 중부소방서 터에 ‘청소년회관+지식센터’로 쌍둥이 건축물이 추진된다니 참으로 다행이다. 혹자들은 원도심 교통·주차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고 하지만 옛 중부소방서 터에는 그 어떤 용도의 건축물이 들어오더라도 교통과 주차의 문제는 나오기 마련이다. 그나마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시설기관이기 때문에 교통과 주차의 문제는 다른 용도의 시설보다 덜 하리라 본다.

이제라도 정치논리에 밀리지 않고 제대로 된 백년대계를 세우게 되어 지역의 청소년지도자로서 시민이면서 시민에게 밀려나 있는 교복 입은 시민 청소년들에게 미안함을 덜 수 있게 되었다. 옛 중부소방서 터에 건립될 청소년회관은 울산청소년인재 육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최적의 장소다. 교복 입은 시민들이 당당히 누려야 할 공간인 청소년회관은 울산의 청소년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최명숙 울산광역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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