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예·체능 과목을 내신에서 제외하는 점수없는 과목으로 만든다는 정책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발표가 있은 직후 교사와 학부모, 학원가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상위 성적의 학생들은 예·체능 과목 때문에 등수가 결정된다며 찬성론을 펼쳤다. 다른 학부모는 자신의 자녀는 다른 과목은 잘 못하지만 예·체능 과목은 잘하기 때문에 그 평가를 없애면 자신의 자녀는 중간성적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결국 부분적으로는 모두 옳을 수밖에 없는 논쟁이다.

 그런데 이 찬반 논쟁이 사회적 분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내신점수에서 예·체능 점수가 제외되면 예·체능 과외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발표된 정책에 환영의사를 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예·체능 교육자 관련협의회 등은 이런 정책은 사교육비를 줄이지도 못할 뿐 아니라 학교의 예·체능 교육을 말살시킬 것을 우려한 나머지 교육부·청와대·언론 등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으며 집단적으로 물리적인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사교육비를 조사한 기관의 조사방법과 그 결과의 신뢰성에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예·체능 교과를 사교육비 부담의 주체로 몰아세우고 있다. 또 학교에서 가르치는 모든과목이 입시에 반영돼 등수를 내기 위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교육당국이 말하는 각 교과의 본래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교과는 전무하다. 그런데도 타 과목보다 사교육비가 극히 미미한 예·체능만 본래 목적의 본질을 찾는다는 이유로 점수 없는 과목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차이코프스키음악콩쿨, 올림픽제전, 월드컵 등도 서열식으로 평가하며 미술도 마찬가지다.

 21세기는 예술문화의 시대다. 국·영·수 과목이 예·체능 과목보다 중요하다고 착각하는 교육부는 아닐 것으로 믿는다. 특히 교육부는 사교육비 경감을 빌미로 이같은 정책을 내놓았는데, 이로 인해 사회가 혼란스러워지고 분열이 야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 혼란과 분열이 사교육비를 경감시키는 적절한 대책일 수는 없다. 예·체능 과목도 이론적 기본이 학습되어 있지 않으면 수업이 진행될 수 없다. 그리고 교육은 현장교육·예습·복습이 기본인데 입시공부로 바쁜 시기에 점수없는 과목에 대해 누가 예습·복습을 하겠는가.

 예·체능 과목은 취미 정도로 끝나는 과목이 아니다. 예·체능이 내신에서 제외됐을 때 이에 사용되던 사교육비는 입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다른 과목의 사교육비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국·영·수 시간을 더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과연 교육부는 예·체능 사교육비를 줄이면 전체 사교육비가 줄어들 수 있을지 세밀한 조사가 이뤄졌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예·체능이 내신에서 제외됐을 경우 예·체능 과목이 학교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세밀한 연구가 뒤따라야 된다는 사실과 예·체능 감각기능이 가장 예민할 때 예·체능 교육은 퇴출되고 대학을 진학하는 학생들이 예·체능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갖출 수 있을 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도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또 예·체능 과목이 내신에서 제외되고 대입 시험에서 조차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화정책 말살로 생각되어 진다.

 선거 때가 되면 각 후보자들 마다 표를 많이 얻기 위해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사교육비 경감을 공약으로 내놓는다. 내년에 있을 총선에서도 표를 의식해 사교육비 운운하며 예·체능 교육을 말살하겠다는 선량들이 있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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