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은 요금을 지불하고 공연이나 전시를 보는 풍토가 조성돼 있지 않다고들 한다.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 주최하는 ‘공짜’ 공연이나 전시도 많기 때문에 굳이 돈을 내고 문화를 즐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유료 공연이라 하더라도 기업들이 직원들의 복지차원에서 입장료를 다량 구입해 나눠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무료인 셈이다.

요즘은 경기부진 탓에 기업들이 문화행사 티켓을 구입해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예산을 아예 없앴다. 그 때문에 유료 문화행사가 더 어려워졌다. 공짜에 길들여진 관람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최대한 낮게 매겨야 하고, 관람료가 비싼 좋은 작품들은 아예 울산을 찾지 않는다. 가수들의 콘서트를 제외한 순수예술 작품이 울산을 찾는 사례가 점점 사라져가는 이유다.

결국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지역홍보·교육용 작품이나 문화예술회관이 적자를 감수하고 저렴한 가격에 불러들인 공연·전시물 외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비싼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는 순수 기획사의 공연·전시물은 울산을 찾을 수 없게 되고 공공기관의 지원 없이는 어떤 작품도 탄생할 수 없는 구조가 돼 버렸다. 문예회관 등 공공기관이 아닌 공연·전시 기획사가 울산지역내에서 자생력을 갖고 살아가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또다른 문제점도 낳고 있는 것이다. 문화산업을 부르짖고 있으나 문화예술을 통한 수익창출이 불가능한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문화예술의 발전도, 문화산업의 활성화도 요원하다. 구조적 진단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이같은 현실을 진단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 문화산업 활성화의 방향을 제시해야 할 울산문화재단도 공짜문화 보급에 직접 나섰다. 어린아이 때문에 영화 한편 편하게 못보는 엄마들을 위해 기획된 문화가 있는 날의 기획프로그램 ‘아이랑무비’가 그것이다. 호응도 높아 매회 오픈 5분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한다. 문제는 이 또한 공짜라는 것이다. 공짜는 ‘노쇼(예약을 해놓고 나타나지 않음· no show)’라는 또다른 문제점도 만든다. 아이랑무비의 경우 매진 사례와는 달리 총 200석 중 60석이 비었다. 무료공연이 많은 중구문화전당에 따르면 유료 공연은 5~10%가량 불참하는데 비해 무료 공연은 많게는 30%까지 노쇼가 발생한다. 울산시립예술단 공연도 무료일 때는 노쇼가 많았으나 요금을 받기 시작하면서 노쇼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래저래 공짜문화가 문화산업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 명백해진다. 공짜문화에 대한 인식전환과 제도개선 없이는 문화산업 활성화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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