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동구 서부동 현대예술관(관장 안동석) 갤러리가 중견화가 석철주씨와 김용철씨 초대전을 마련한다. 오는 7일부터 5월23일까지.

 현대예술관이 월드컵을 축하하는 첫번째 기획전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이들 두 작가는 서양화와 동양화라는 각기 다른 장르를 전공했으나 기법에 있어서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이미 넘어서고 있다. 한국적 색체라 할 수 있는, 묵화로 대변되는 정적이고 은은한 묵색과 민화로 대변되는 강렬한 원색의 조화를 이들 두 작가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이끌어내고 있다.

 추계예술대 동양화과를 졸업했고 우리나라 대표적 작가 청전 이상범의 제자인 석철주씨(추계예술대 교수)는 서양화의 기법인 덧칠과 동양화의 스밈을 함께 응용해 한국적 정서를 나타내고 있다.

 〈생활일기〉라는 제목을 단 연작은 흐릿한 그림이다. 대, 표주박, 매화 등 문인화에서 주로 등장하는 대상물들은 아주 멀리 있거나 물에 젖어 있는 듯 형체가 불분명하다. 한지를 붙인 캔버스에 밑칠을 여러차례 한다. 그 다음에 동양화 붓으로 맹물을 찍어 그림을 그린다. 그 위에 넓은 붓으로 덧칠하여 흐릿한 영상만 남긴다. 이 때 힘의 속도에 따라 번짐과 스밈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석철주씨는 "육신도 영혼도 아닌 중간쯤 되는 제2의 인간자아를 나타내고자 한다"며 "그림 속의 꽃이 현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구원의 상징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의 그림 속의 풀한포기, 꽃 한송이는 "주렁주렁 열려" 활기찬 생명력을 나타내기도 하고 왜소하지만 나름의 생명력을 갖고 "봄을 기다리"기도 하고 "봄의 소리"가 되기도 한다.

 홍익대 서양화과와 미국 테네시주립대학을 졸업한 김용철씨(홍익대 교수)는 88년 올림픽 이후 줄곧 민화의 색체와 형태를 빌려 한국의 정체성을 찾고 있다. 시대상황에 대응한 메시지를 쉽고 명쾌한 형태와 색채로 담아내는 것이다.

 한쌍의 새가 있는 화조도를 비롯해 모란과 매화, 소나무, 장승, 설악산, 북한산, 수탉 등 소재도 전통산수화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우리 것이다. 꽃은 빨강과 분홍색을 오가고 이파리는 강렬한 초록이다. 바위나 나뭇가지 끝에 앉은 새도 오색찬란하다.

 이번 전시회에도 〈화조도-매화와 모란〉, 〈화조도-오리와 연꽃〉 등을 내놓는다.

 김용철씨는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물결 속에서 창조적 문화이 생산자가 되어야만 살아남는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선조들의 슬기로운 전통으로부터 이어진 것들을 현재 우리의 삶에 유용할 때 진정한 메이드 인 코리아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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