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언양읍 주민들이 별도의 운동장을 건립해달라고 울주군에 건의서를 제출할 모양이다. 언양읍주민자치위원회와 언양읍청년회 등 27개 시민사회단체가 동참한 언양읍 운동장건립추진위원회는 7일 옛 언양터미널 사거리 일원에서 다목적 운동장 촉구 캠페인 및 서명운동을 벌였다. 추진위원회가 건립하려는 축구장은 유사시에는 대피용으로도 쓰고 주민들의 화합잔치 장소로도 쓰는 다목적 운동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울주군에 있는 15개 체육시설 중 14개 시설이 축구장이다. 그 중에는 주민들이 1년에 한두번 이용하는 운동장도 있고, 아예 시설들이 녹슨 채 방치돼 있는 곳도 있다. 풀이 듬성듬성 나고 한켠에는 쓰레기가 나뒹구는 모습도 보인다. 인구 22만여명인 울주군에 이처럼 많은 운동장이 만들어진 것은 선출직인 군수의 선거용 생색내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언양읍민들의 항변을 들어보면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언양 남천을 중심으로 강남은 삼남면, 강북쪽은 언양읍인데 언양읍에는 정작 운동장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언양읍내에 여러 학교 운동장이 있지만 읍민들이 이용하기에는 면적과 시설이 협소해 불편하다고 한다. 그나마 작천정 벚꽃너털 인근에 만들어진 축구장은 삼남면 주민들이 우선 이용하도록 해 불만이 높다.

언양읍과 삼남면에 운동장이 부족해진 것은 인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울주군 변두리 지역은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반면 언양읍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계속 들어서고 있고, 특히 KTX울산역이 있는 삼남면은 최근 인구 2만을 돌파하면서 읍 승격을 예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양읍 주민들의 “서울주의 중심인 언양에 제대로 된 운동장이 전무하다”라는 항변은 그래서 귀기울여 들을 만하다.

그러나 조성과 운영에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운동장을 무작정 여기저기 만들어서는 안 된다. 울주군내에 쓸모없이 방치된 운동장만 해도 이미 한둘이 아니지 않은가. 언양읍 주민들이 울주군에 건의서를 제출하는 것은 좋지만 운동장의 필요성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과 대안이 뒤따라야 한다. 울주군도 선심성 사업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예산에 대한 적합성 등을 면밀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혹 언양운동장을 만들더라도 예산을 아끼면서도 효율적인 운동장을 만드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머리를 맞대고 심사숙고하는 과정에서 더 훌륭한 운동장을 만드는 대안이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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